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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안심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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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5월 13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쌀을 어느 정도 먹을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민 한사람이 한해에 먹는 쌀의 양은 61㎏이고,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170g이 채 되지 않는다. 밥 한공기(210g 내외)를 만들기 위해 쌀이 90g 정도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 두공기도 못 먹는 셈이다. 1988년의 연간 쌀 소비량이 122.2㎏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년 사이 쌀 소비가 반토막 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쌀 소비감소폭이 크게 둔화했기 때문에 쌀 소비량이 조만간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쌀 소비량이 연평균 약 2%, 소비량 기준으로는 2㎏ 가까이 줄어들었던 것에 반해 2016년부터 감소폭이 1㎏ 이내로 줄었고, 특히 2017년에는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 그 근거 중 하나다. 또한 우리와 소비성향이 비슷한 일본과 대만의 쌀 소비량이 최근 각각 54㎏과 45㎏ 내외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러한 낙관론이 사실이라면 과잉공급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쌀산업에 호재임이 틀림없다. 다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6년부터 쌀 소비량 감소폭이 현저히 줄었는데, 공교롭게도 그해부터 쌀 소비량 조사 대상에 1인가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1인가구는 흔히 2인 이상의 다인가구에 비해 쌀 소비가 적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큰데, 1인 고령가구의 경우 쌀 소비량이 오히려 평균치보다 더 많은 특징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조사 대상 변화에 따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1인가구를 배제하고 쌀 소비량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연간 감소율이 여전히 2%에 가깝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농경연은 또한 쌀 소비 관련 유사통계인 ‘가계동향조사’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의 원자료 분석을 통해 최근 쌀 소비량 감소폭은 기존의 감소추세와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쌀 소비량 감소폭이 최근 크게 둔화한 것은 쌀 소비구조가 바뀌어서라기보다는 조사 대상 변경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쌀 소비감소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2014년 이후 결식 횟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끼니별로 보면 아침 소비량 감소폭이 점심·저녁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10~20대와 같은 젊은 연령층의 감소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나라 일본도 젊은층의 아침 결식률이 고령층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침식사의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식품유통업체가 아침식사 코너를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등의 ‘아침식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른 등교시간 및 맞벌이부부 증가 같은 사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걸친 10대 학생들의 아침 결식률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학생들의 아침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아침급식 확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쌀산업의 구조적 문제인 쌀 수급불균형 현상을 해소해나가려면 무엇보다 쌀 소비실태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쌀 소비감소폭이 줄어든 것으로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쌀 소비량 통계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쌀 소비를 조금이라도 늘릴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며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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