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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불러올 불청객 산림병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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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안현진
농업정보신문 기고 | 2019년 4월 25일
안 현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텍사스에서 지냈던 필자는 숨막히던 여름을 기억한다. 7,8월 방학쯤 한국에 오면 텍사스에 비해 시원하고 쾌적했던 여름 날씨에 숨통이 틔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작년 여름의 폭염은 흡사 텍사스의 여름을 방불케 하였다. 기후변화가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폭염 외에도 가뭄,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난 세기 동안 2°C 정도 증가하였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수치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주요인일 것이다. 기상청의 데이터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 2100년경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현재에 비해 4°C정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강물이 꽁꽁 얼던 겨울 강추위는 이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된지 오래이다. 100년 후에는 우리가 알던 겨울의 모습 또한 바뀔지도 모른다.


병해충 발생의 주원인은 따듯한 겨울과 고온 건조한 여름 그리고 인위적 이동


기후변화는 또 다른 반갑지 않은 손님을 불러 올 것이다. 바로 산림 병해충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재선충과 참나무시들음병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병으로 한번 걸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기도 한다. 소나무재선충은 1970년대에 오키나와의 류쿠 소나무를 거의 전멸시킨 전적이 있다. 참나무시들음병은 나무좀이 옮긴 곰팡이에 의해 참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다. 1980년대에는 일본 서부지역의 신갈나무 숲이 참나무시들음병으로 집단 고사하였고, 1990년대에는 일본 서해안 일대로 그 피해가 확장되었다. 마을 뒷산, 동네 공원에서 우리가 항상 만날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병해충으로 점차 사라져 갈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하나씩 바꿔 놓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각 병해충에 미치는 영향이 모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지만 몇 가지 방향성은 존재한다. 온난한 겨울 등 기후변화로 점차 병해충에 유리한 환경여건이 조성되면 유충 사망률이 감소하여 병해충이 늘어난다. 겨울 아침 출근길의 불청객인 매서운 추위가 병해충 개체수를 조절하여 수목의 건전성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매개충이 본격적으로 병원균을 옮기기 시작하는 여름의 고온 건조한 기온은 수목의 건강을 악화시켜 병해충이 빠르게 확산하는데 일조한다. 사람의 몸이 약할수록 병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나무 또한 그렇다. 온난화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 피해지역도 넓어진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강원도 등 혹한지역의 피해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강원도는 금강송 같은 양질의 소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재선충으로 인한 손실이 클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휴전선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재선충이 확산 될 수 있다. 주로 수도권과 경기남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참나무시들음병은 수도권 북부 및 동․서해안 해안가로 확장 될 수 있다. 병해충 증가로 인해 높지 않은 산림경영소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방제를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기후 외에 국내에서 급격한 소나무재선충 확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있다. 인위적 감염목 이동에 의한 피해 확산이다. 실제로 국내 찜질방 업자가 장작으로 쓰기 위해서 무단 방출한 감염목에서 매개충이 탈출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신축 사찰의 기둥에서 매개충이 탈출하거나, 군부대가 이동하면서 감염목을 옮기다가 타 지역에 감염시킨 경우 도 있다. 인위적 방출에 의한 감염의 특징은 병해충 발생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여 사전 대응이 매우 어렵다.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병해충 확산에 인위적 확산이 더해진다면 그 피해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병해충 피해가 확대되면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증가가 나타난다. 따라서 그동안 사후대응에 집중되었던 방제 정책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후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염목 방제와 더불어 고사목 즉각 처리, 소나무재선충 인위적 확산방지강화 등에 힘써야 하며, 적절한 사후관리와 함께 사전관리를 강화하여 안정적인 방제성과를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방제 예산의 경우 전년도 피해 심화도에 따라 할당되어 발생 후 조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불규칙적 방제 성과가 초래되었다. 피해 발생, 방제 강화, 방제 효과로 피해 감소, 방제예산 감소, 이 후 피해 급증의 현상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안정적 방제 성과를 위해서는 사전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집중 관리대상 파악, 건강한 숲 가꾸기, 우량 수종 개발로 병해충 저항성 증진과 같은 사전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특히 참나무시들음병의 경우 산림이 건강하다면 나무의 자체 저항력으로 큰 피해가 예방될 수 있다.


향후 기후변화로 병해충이 증가하게 된다면 현 국가중심의 관리체계로는 예산과 인력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는 낮은 산림경영수익으로 산주들이 병해충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인센티브가 적다. 따라서 산림경영수익 증진방안을 통해 개별산주들이 적극적으로 병해충을 관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한반도 기후가 변하면서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아열대성 병해충 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돌발 병해충과 신규병해충 발생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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