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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산란일자 의무표시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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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내일신문 기고 | 2019년 3월 29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국회에서 계란 안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 신뢰가 떨어져 있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오기 충분한 주제였다. 토론회에서 저온유통의 중요성과 유통단계의 가격 결정 문제, 수집판매상 중심의 유통구조 문제, 계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의무제 시행 문제가 제기되면서 계란에 대한 수많은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산란일자 표시의무제는 계란 유통안전을 위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제도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계란 껍데기에 의무적으로 산란일자를 표시하는 제도를 보자. 2017년 8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에게 계란의 신선도, 생산환경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도하여 축산물표시기준을 개정하고, 2019년 2월부터 달걀표시체계를 변경해 껍데기에 의무적으로 산란일자를 표시하도록 했다.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만 자율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산란일자 표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없다. 표시의무를 생산농가에 지우는 것은 부작용 발생과 그 여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민과 생산자단체의 불만도 크게 표출되면서, 결국 제도 정착을 위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본격 시행하겠다고 한다. 


경계해야 할 농가 무한책임

산란일자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상품 정보이다. 그러나 이는 구매 정보 중 하나이지 반드시 강제해야만 하는 선결조건은 아니다. 산란일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통기간 중 신선도 유지이다. 실제로 산란계 농가가 산란 후 계란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은 길어야 3~4일이다. 대부분의 계란 유통은 계란GP센터(등급포장센터)의 수집업체나 수집판매상(식용란수집판매업체)이 담당한다. 그러기에 산란계 농가에만 표시의무 부담을 주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아주 적다. 오히려 영세농가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중간유통업자에게 이용당할 소지가 많아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계란 유통기한은 상온보관 시 산란일로부터 30일, 냉장보관 시 40~45일로 보기 때문에, 계란은 농가를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유통과정상의 신선도 유지가 매우 중요한 식품이다.


현재 계란은 생산량의 96%가 약 1,400명의 수집판매상에 의해 수집돼 대부분 위탁판매 후 사후정산(일명 후장기)되는 의존적 유통구조를 보이고 있다. 수집판매상은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주도적인 가격결정과 정산을 하고, 저장 및 유통량까지 조정하고 있어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계란 수집판매상은 과거 청과물 유통을 좌지우지했던 산지수집상과 유사도매시장 위탁도매상의 기능을 통합해 막강한 힘을 가진 중간상이다. 거래방식이 흥정에 의한 상대거래이고 위탁판매이기에 가격결정도 투명하지 않은 데다, 출하농가는 거래교섭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영도매시장에서 투명한 거래 필요

계란 유통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공영도매시장에서의 투명한 경매나 정가수의거래를 제안한다. 계란소매가 주로 채소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개별상인들의 각자 유통으로 발생하는 유통비용과 비효율을 집중유통으로 크게 줄일 수 있고, 산란계 농가의 판로 안정과 확대에도 바람직하다. 수집상들은 도매시장 중도매인으로 전환하면 어떤가. 최근 정부에서 계란 유통구조 개선 TF를 발족했다고 하니, 계란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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