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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가격흐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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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3월 22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풍요로운 황금돼지의 해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축산물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다. 현시점에서 달걀·오리의 값하락이 뚜렷하고 돼지값 또한 대책이 필요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한우값은 지난해보다 하락폭이 작다. 닭고기값은 닭의 생산성 저하로 선방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해(108)보다 올해(100) 더 위축됐다. 하지만 과거에도 소비가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축산물 가격약세의 원인은 소비위축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기본적으로 공급이 늘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올겨울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았고, 구제역도 큰 확산 없이 무난히 넘어갔다.


현재의 축산물 가격흐름은 ‘농업전망 2019’에서 이미 예견됐다. 산란계 입식은 크게 증가했고, 어미돼지 사육마릿수도 늘었다. 소 사육마릿수는 증가 국면으로 들어선 지 오래며, 지난해엔 닭고기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육용종계의 입식마릿수 또한 늘었다. 단순히 종축(種畜)의 숫자만 놓고 보면 올해 국내 축산물 생산량 증가는 예상된 것이나 다름없다.


축종별로 생산성과 질병이 변수이나 이 또한 닭고기를 제외하고는 현재로선 특이사항이 없어 보인다. 이제 남은 변수는 여름철 폭염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학습효과로 폭염에 대한 농가들의 대응은 지난해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축산업은 시장개방 확대, 제도적 제약 등 늘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했지만 국민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도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농가의 소득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축산농가의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농가가 정성껏 생산한 축산물의 가격이 적어도 생산비나 경영비를 웃돌아 최소한의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축산물을 판매해도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농가는 과거에 벌어놓은 소득으로 당분간은 견딜 수 있으나 종국엔 축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정부와 민간에서 축종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움직임은 바람직해 보인다. TF에서 기본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은 수급과 가격이다. 올해 축산물가격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심상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수급대응에 따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생산자단체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려고 수매비축과 사육마릿수 감축 등을 시행하며 가격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가격과 수급이 안정되고 나면, 차제에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농가들은 수급조절 역량을 키우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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