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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식량자원 확보에 정부 지분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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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매일경제 기고 | 2019년 2월 27일
최 지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식량은 국방과 더불어 국가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핵심 축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과 더불어 식량안보가 매우 취약한 국가다. 연간 식용·사료용 곡물 수요가 2000만여 t에 달하지만 국내 곡물생산량은 쌀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해 매년 밀, 옥수수, 콩 등 곡물 1500만~1600만t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계 식량 생산은 이상기후 발생 빈도 증가 등에 따라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곡물 수요는 매년 증대될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국제 곡물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고,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곡물 시장은 소수의 다국적 곡물 메이저가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수급과 가격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위 ABCD(ADM, Bunge, Cargil, LDC)로 불리는 4대 곡물 메이저는 세계 주요 지역의 곡물 생산·저장·유통·수송 등 곡물 밸류체인 전반에 개입해 세계 곡물 유통량 중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은 일찍이 곡물 조달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종합상사인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등을 중심으로 미국, 브라질 등에 곡물 저장 능력을 확대해 왔고, 일본 농협 젠노는 미국에 산지 곡물 엘리베이터 60여 기를 확보해 산지에서 필요한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중국도 국영기업인 중국곡물식품공사(COFCO)를 통해 2014년 네덜란드 곡물업체 니데라를 인수했고 홍콩 노블그룹과 합작해 곡물 전문회사를 설립했으며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곡물 주산지에 필요한 산지 엘리베이터와 수출 터미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 정부 주도로 미국에 곡물 조달 회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사전 준비가 부족해 산지 엘리베이터와 곡물 수출 터미널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필요 곡물의 90%를 이들 곡물 메이저(60%)와 일본종합상사(30%)에서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포스코대우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 터미널을 인수해 곡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자 했던 해외 곡물 비축 사업을 민간기업이 나서서 추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크라이나는 농경지 76%가 흑토로서 연간 450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하며, 세계 밀 9%, 옥수수 16%를 각각 차지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곡물 수출 터미널이 입지하는 항구를 포함한 인근 지역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의 93%를 차지하고, 수출량도 매년 5.5%씩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상대적으로 신흥 곡물 메이저 국가의 진출이 적은 지역으로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제 시장에서 영향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향후 식량 위기에 대응해 국가 곡물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터미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본 사업에 정부가 지분 참여하는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윈윈하는 사업모델이 될 것이다. 


곡물 비축 기능을 수행하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곡물 수출 터미널 사업뿐만 아니라 산지 곡물 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지분 참여를 확대할 수 있으며, 농어촌공사도 지분을 확보해 밀·옥수수 농장 등 개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필요한 곡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민관 협력을 통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은 우리나라의 식량자주율을 높이는 한편 향후 남북 통일을 대비해 증가하는 식량 수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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