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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제대로 추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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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2월 25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신시장으로 이전을 반대하는 일부 상인과 서울시의 대립이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많은 부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대다수 상인이 신시장으로 이전했지만, 일부 상인은 아직도 폐쇄된 구시장에서 영업하는 등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공영도매시장은 전국의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32개가 운영되고 있다. 대다수 공영도매시장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됐다. 이에 정부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한다는 취지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방식을 두고는 이견이 나온다. 특히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받지 않으려고 도매시장의 이전·재건축·리모델링 등을 주장하고,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물리적 충돌까지 각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충분한 검토 없이 하루아침에 추진된 것이 아니다. 사업추진방식을 결정하고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시민과 다양한 유통주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도매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연구·조사 과정을 거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객관성과 전문성이 담보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매시장과 관련된 유통관계자는 시설현대화사업이 자신이 소속된 부류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여기면 사업 타당성 검토기간만 아니라 공사 시작시점, 심지어 완료시점까지 문제점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기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업추진주체와 유통주체간 다툼이라도 발생해 해당 사안이 법률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거나 물리적 수단이라도 동원될 땐, 둘 사이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업추진주체와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공영도매시장의 물량수집·가격결정·분산기능 수행에 어려움이 따른다. 바로 노량진수산시장과 최근 큰 화재가 발생해 상인들의 피해가 컸던 울산도매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다수의 공영도매시장은 유통관계자간 합의 도출의 어려움 때문에 시설이 낙후됐음에도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인천도매시장은 10여년간 지연된 시설현대화사업을 지자체와 시장종사자가 뜻을 모아 ‘도매시장 이전’으로 결정했다. 교통혼잡 해소와 경영악화 방지를 위해서였다. 대구도매시장은 시설현대화사업 추진과정에서 유통관계자는 물론 갈등관리를 포함한 각 분야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협의회를 꾸렸다.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친 끝에 10여년에 걸친 갈등관계를 종식하고 만장일치로 재건축을 결정했다.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시행과정에서 사업추진주체와 유통주체간 갈등이 발생하면 사회적 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이 어려워져 해당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할 때는 지자체와 유통주체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사업추진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을 논의·결정할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협의체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업 종료시점까지 유통주체의 입장에 따라 번복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행정의 감독·관리 기능이 동시에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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