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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의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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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경기일보 기고 | 2018년 11월 12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에서 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3천 년 전이라 한다. 삼국시대에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양반은 물론 백성도 주식으로 밥을 먹었다. 쌀을 여러모로 활용했는데 온갖 떡, 약과나 유과에서 막걸리·소주에 이르기까지 쌀이 우리 식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된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산물 개방의 파도가 밀려올 때 대통령이 나서서 “쌀은 민족의 영혼이니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로 한민족에게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이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의 보급으로 대표되는 녹색혁명의 결과 쌀 자급을 달성한 1975년까지 쌀은 매년 부족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곡물 산지의 농업 기반이 무너졌고 그것이 회복된 1970년대까지 전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수입할 수 있는 쌀이 충분하지 않았고, 외화가 부족해서 그마저 수입이 여의치 않았다. 

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범정부적인 과제였다. 19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정부가 쌀을 매입·비축하는 추곡수매제가 도입됐다. 쌀값은 농민에게도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중요했기에 1950년부터 수매가격에 대한 국회동의제가 시행됐다. 쌀값이 낮으면 농민들이 쌀을 생산하려 않을 것이고, 쌀값이 높으면 물가가 올라 국민경제가 고통을 받았다. 쌀 생산을 늘리면서도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수매가는 높게 책정하고 방출가격은 낮게 책정하는 이중미가(二重米價) 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을 끝으로 정부수립이후 지속되던 쌀 수매제가 폐지된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수입개방으로부터 쌀을 지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10년간 수입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2004년까지 약 20만 5천 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2004년 쌀의 수입개방을 막기 위한 쌀 재협상을 타결했다. 


2014년까지 10년간 쌀 수입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2014년부터 매년 약 41만 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그중 10%를 밥쌀용으로 수립하기로 약속했다. 2005년부터 쌀의 정부수매제를 폐지하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매년 햅쌀 약 42만 t을 시중가격으로 매입·비축하고 저장된 쌀 같은 물량을 시중가격으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를 실시하면서 쌀값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체제로 전환됐다.


농민들은 쌀 수입개방으로 쌀값이 떨어져 수지를 맞추지 못할 것을 걱정했고 그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정부는 직불제로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2001년부터 논농사를 지으면 ㏊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논농업직불제(고정직불제)를 도입했는데, 도입 첫해 20만 원이던 직불금은 2015년 100만 원으로 올랐다. 고정직불만으로는 쌀 농가의 소득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2005년부터 쌀 변동직불제를 도입하는데 목표가격과 시중가격의 차이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불금으로 보전하기로 한다.


목표가격은 최근 시장가격과 생산비 등을 고려하여 매 5년마다 국회에서 결정하는데. 2005∼2012년산 17만 83원/80㎏, 2013∼2017년산 18만 8천 원/㎏이 적용됐다. 2013년산 수확기 쌀값은 80㎏당 17만 4천 원으로 목표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6년산은 12만 9천711원으로 그 차이가 컸다. 다른 농산물들은 가격이 급등락하면 재배면적이 크게 변해서 다시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하지만 적어도 쌀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변동직불제도의 기여라고 볼 수는 있다.


올해는 향후 5년간의 쌀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해다. 지난 11월 1일 농식품부는 목표가격을 18만 8천192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여당은 쌀 목표가격을 19만 6천 원으로 결정했다. 당정의 안은 국회입법과정을 거치며 여야 합의를 통해 다시 조정될 것이다. 쌀의 중요성도, 쌀값을 국회에서 결정했던 오랜 역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쌀값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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