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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푸드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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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경기일보 기고 | 2018년 9월 10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 이하 밀라노협약)의 2018년 수상자로 서울시와 전북 완주군이 나란히 선정됐다. 거버넌스,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영양, 사회ㆍ경제적 형평성, 먹거리 생산,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먹거리 폐기 등 6개 부문에서 시상하는데 서울시는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부문에서, 전북 완주군은 거버넌스(협치) 부분에서 수상했다.


밀라노협약은 지난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전 세계 177개 도시의 대표가 모여 체결한 도시 간 협약이다.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베이징, 오사카, 두바이 등이 협약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완주, 여수 등이 협약에 이름을 올렸다.


밀라노협약은 6개의 시상 분야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먹거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밀라노협약을 전후해 각국의 지방정부들이 ‘푸드 플랜(Food Plan)’을 수립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지역 푸드 플랜 수립 지원’이 포함되면서 푸드 플랜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광역형으로 충남도, 기초형은 농촌ㆍ도시ㆍ도농복합형으로 유형화해 8개의 푸드 플랜 선도 시ㆍ군을 선정, 푸드 플랜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푸드 플랜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먹을거리종합계획’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데,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영역과 협력해 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어려운 식품의 조달과 공급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로컬푸드,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 식품 소외계층에 대한 식품 지원, 마을 단위 소규모 가공이나 외식 사업, 공동체 부엌 등이 푸드 플랜의 대표적인 활동 영역이다.


완주군은 지난 2008년부터 소규모 농가의 소득제고를 위해 완주의 농산물을 완주ㆍ전주 지역에 판매하는 로컬푸드 사업을 준비, 2012년 로컬푸드 1호 직매장을 설치했다. 그날 수확한 신선한 채소를 시장이나 마트에 비해 싼 가격이 구입할 수 있고, 농가는 시장에 물건을 내는 것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2017년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은 12개로 늘었고, 매출은 500억 원을 넘어 지역 소규모 농가 소득에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다.


매장에 필요한 가공식품은 마을단위 소규모 가공을 육성해 조달했다. 로컬푸드 학교급식과 공공기관 급식을 추진했다. 이 과정은 2천 명이 넘는 농가가 설립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주도했고, 완주군은 푸드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를 지원했다. 완주군이 푸드 거버넌스 부문에서 국제기구의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사례에 세계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완주에 농업 부문 일자리가 2천 개 넘게 생겼고, 로컬푸드 매장 등의 신규 일자리도 500개가 넘게 생겼다 하니, 일자리 창출에도 푸드 플랜이 이바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서울 먹거리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그 계획의 하나로 영유아 보육기관 급식을 위해 군별로 유통센터를 설립, 유통센터가 농촌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조달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강동구는 완주군, 금천구는 나주시 등과 협약을 맺고 날마다 필요한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대도시가 우수 농산물 공급을 위해 농촌 지자체와 협력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바람직한 체계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세계가 서울시를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분야의 우수 도시로 선정한 것이다.


화성시가 2017년 푸드 플랜을 수립한 것이나, 경기도가 올 상반기부터 푸드 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와 경기도 각 시군의 푸드 플랜이 추진돼 지역의 일자리도 새롭게 만들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가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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