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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갈등, 사회적문제로 공론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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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촌여성신문 기고 | 2018년 8월 31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70대 귀농인이 엽총을 난사해 면사무소 직원 2명이 숨지고 인근 주민 1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다. 70대 귀농인은 2014년에 귀농해 농사를 짓다가 이웃과 물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금년 6월에 발표한 귀농·귀촌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동안 귀농·귀촌가구(귀어 포함)는 34만8천 가구이고 인구는 51만8천 명으로 나타났다. 삶의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귀농·귀촌이 통계상으로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어떻든 귀농·귀촌이 이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잡아가고 있다.


귀농·귀촌이란 용어는 긍정적인 정책 용어로 출발했다. 40대 이하의 농업경영자가 전체의 2%도 되지 않고 지역 소멸이란 말이 대두될 정도로 극심한 농촌의 과소화 현상 속에서 귀농귀촌이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것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의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귀농·귀촌이란 용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자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귀농·귀촌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일자리와 소득지원(16%)보다도, 농사교육과 컨설팅(13%)보다도 현지 주민과의 화합(27%)을 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갈등이 발생한 가장 큰 요인은 농촌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29%), 마을 일이나 행사에 불참여(21%), 집 토지 등 재산문제(11%), 도시생활방식 유지(10%), 귀농·귀촌자의 우월감(10%), 마을일 처리방식 차이(9%) 등으로 나타났다.

나무도 옮겨 심으면 3년간은 뿌리 앓이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많은 경우 귀농·귀촌자와 기존 주민간의 갈등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줄어든다. 하지만 조사에 의하면 귀농·귀촌자의 7% 정도는 갈등이 심화되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귀농·귀촌자는 갈등이 발생하면 먼저 행정에 호소하기 마련이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갈등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고, 행정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귀농·귀촌자보다는 기존 주민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귀농·귀촌자는 지역의 텃새가 심하다고 생각하고 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편 귀농·귀촌자 한 사람이 늘어나면 행정업무가 2배로 늘어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행정입장에서는 귀농·귀촌자가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귀농·귀촌자와 지역사회와의 감정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행정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만 간다. 이번 봉화의 사건은 이런 과정 속에서 귀농·귀촌자의 불만이 폭발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청년 실업, 중년층의 조기 은퇴, 고령자 빈곤 등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 만큼 도시를 떠나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귀농·귀촌자와 기존 주민과의 갈등은 지금보다는 더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귀농·귀촌자와 지역과의 갈등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귀농·귀촌자 스스로 마을주민에 다가서려는 노력과 마을 주민은 귀농·귀촌자를 포용하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귀촌 갈등을 당사자간 문제가 아닌 사회적문제로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을 정책으로 장려한 만큼 이후에 발생하는 갈등 문제도 정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정책에 지자체 차원의 갈등조정위원회 설치를 장려하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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