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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업 ODA의 새로운 방향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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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장
KREI논단 기고 | 2018년 8월 20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본부장)


12년째 접어든 농식품부의 국제농업협력(ODA) 사업의 예산은 2006년 4억원에서 2017년 17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초기엔 세미나, 워크숍, 단기연수 위주의 사업을 사무관 1명이 담당하였는데, 이제는 기획협력사업, 컨설팅, 다자성 양자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국제협력총괄과의 주관 아래 우리 연구원, 농어촌공사, 농정원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여 수행하고 있다. 사업추진과정도 사업발굴과 기획, 타당성조사, 예산작업, 사업발주, 모니터링, 평가와 환류 등이 국무총리실, 그리고 농식품부 자체의 시행지침, 평가지침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과 체계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은 지원된 장비가 현지 여건에 부적당해서 사용되지 않은 채 버려지고 있다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아직 성공사례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는 등 성과가 저조하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작년 봄 “국제농업협력사업 개선방안”을 통해 ▲대표적 사업유형의 집중 추진 ▲수요자 중심의 사업기획 ▲외부기관을 활용한 사업관리 보완 ▲사업평가체계 정비 등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금년에는 시설구축 등 하드웨어와 연수개발, 교육훈련과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에 균형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사실 농식품부 ODA예산이 급증하였으나 2006년부터 전기 6년의 증가속도(4억→100억, 25배)는 후기 6년에는 크게 둔화되었다(100억→173억, 1.7배). 개도국 대상 식량원조사업을 제외하면 앞으로도 큰 예산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어 온 우리나라 개발협력사업의 분절화 논란은 현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무상원조의 통합적 추진 및 연계성 강화”를 제시함에 따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무상원조 ODA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농식품부로서는 이제 사업성과를 내실화하고 새로운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매우 높다. 이에 농업분야 개발협력 관련 전문가, 정책담당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성을 활용한 차별화된 ODA이다. 타기관이 추진하는 개발협력사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농림업 분야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만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시설건축, 장비지원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시설운영, 장비활용 등 소프트웨어 위주의 기술협력으로 전환한다. 세부적으로는 ▲마스터플랜 수립 지원(예 : 농업용 수자원개발, 농산물 수출촉진 등) ▲제도수립, 정책 프로그램 수행 등 시스템 구축(예 : 농산물 도매시장 경매제도, 농산물 품질인증제도 등) ▲기술(생산성 개선, 부가가치 제고, 생산여건 분석, 투입재 개선 등)의 전수 등이 있다.


둘째, 개도국이 자립적으로 발전하도록 경제적, 사회적 역량을 개발한다. ▲소득연계 역량개발을 위해 △주요 작물 가치사슬 분석을 통한 취약분야 선정, 집중지원 △시범적 차원에서의 인프라, 시설 등 하드웨어의 제공과 자체 운영 역량개발과 더불어 ▲사회 및 인적자본 육성을 위해 △주민 조직화 및 공동사업 추진 지원 △리더십 육성 등 교육 연수 등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민간과의 파트너십 강화 및 국정과제와의 조화다. 그 방법으로는 민간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민간의 노하우와 자원, 네트워크를 ODA에 활용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업(CSV, BoP 등) 및 NGO/NPO와의 다양한 방식의 민관협력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해외농업개발 정책)의 측면 지원사업 등이 앞으로 추진할 방향이라고 판단한다.


42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이 ODA에 각기 참여함에 따라 제기되는 혼란과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며, 그 대응 방향은 이제 바로 설정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분야 전문성을 외치면서 KOICA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는 하드웨어 위주의 기획협력사업을 언제까지 시행할 것인가? 인프라 사업을 축소함에 따라 부처의 국제농업협력 예산이 감소한다고 해도 이제는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것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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