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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쌀이 맛있는 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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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식품저널 기고 | 2018년 8월 9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내곡물관측팀장)


“어떤 쌀이 맛있는 쌀인가요?” 쌀 정책을 주로 연구하는 필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간혹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전공이 농업정책인 탓에 쌀 맛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아는 한도 내에서 도움될 만한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린다. 이런 과정 가운데서 새삼 느끼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 매일 먹는 쌀의 품질과 맛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된 의견일지 모르지만 일반 소비자 중 상당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쌀 브랜드 몇 개 정도를 알고 있는 것 외에 쌀의 품질과 맛에 대해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 전국에 유통되는 쌀 브랜드만 해도 3000여 개가 훌쩍 넘으니 일반 소비자가 여러 가지 쌀 브랜드의 품질과 맛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얻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쌀 품질과 맛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쌀 등급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쌀 품질은 싸라기(깨진 쌀)가 포함된 비율 등을 기준으로 특ㆍ상ㆍ보통으로 나누어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위 등급과 별개로 ‘미검사’로 표기하는 것이 현재는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유통되는 쌀 중 70% 이상이 ‘미검사’로 표시되고 있어 소비자가 품질 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쌀 맛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단백질 함량’도 표시사항의 하나지만 의무는 아니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쌀의 품질과 맛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쌀 구매 시 품질과 맛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고, 그 중에서도 맛의 중요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맛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시 말해 쌀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쌀 품질을 중시하는 가운데, 갈수록 쌀 맛을 더욱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와 비슷한 형태의 쌀을 소비하는 일본에서는 정부의 쌀 표시제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시행하는 ‘쌀식미 랭킹’이라는 검정제도가 197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쌀 표시제와 달리 맛만을 기준으로 쌀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구분한 것으로,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얻고 있어 쌀 맛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도 현행 쌀 등급표시제의 맹점을 인지하고 오는 10월 14일부터 ‘미검사’ 항목을 삭제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쌀 품질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충실히 제공할 계획이다. 뒤늦게나마 소비자의 알권리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맛있는 쌀을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쌀 등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ㆍ상ㆍ보통의 순으로 싸라기가 적은 쌀이니, 높은 등급의 쌀이 품질과 맛 측면에서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단백질 함량이 표시돼 있다면 이를 확인하자.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단백질 함량이 낮은 순으로 수ㆍ우ㆍ미로 구분해 표기한다. 마지막으로 품종이 혼합으로 표기된 것보다는 단일 품종으로 표기된 쌀을 고르는 것이 밥맛이 좋을 개연성이 크다. 품종의 순도가 80% 이상이어야 단일 품종으로 기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동일 품종의 쌀일수록 일정한 맛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의 식탁이 더욱 맛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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