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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봉·샤인머스캣서 불어오는 ‘포도산업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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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미성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8년 6월 19일
박 미 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포도산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포도 재배면적은 2000년 2만9000ha에서 2017년 1만3000ha로, 생산량 역시 2000년 47만6000톤에서 2017년 21만1000톤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포도 재배면적 및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시점을 돌이켜보면,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 및 발효된 시점이다. 당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시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과원폐업지원사업이 시행되었다.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2012년 한·페루 FTA, 2012년 한·미FTA, 2014년 한·호주FTA 등 자유무역협정이 가속화되면서 포도 수입량은 증가하고 수입국은 다변화되었다. 이러한 포도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변화에 의해 포도 재배면적은 2000년 이후 연평균 4.6%씩 감소하였다. 현재 추세로 포도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수입량이 늘어나다보면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높다. 포도 산업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최근 포도 산업에 새바람(변화)이 불고 있다. 포도 전체 재배면적은 감소하는 가운데 특정 품종의 재배면적은 증가하고 있다. 즉, 포도 재배면적의 약 70%를 차지하는 캠벨얼리 면적은 줄어들지만 거봉과 샤인머스캇 재배면적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샤인머스캇은 최근 묘목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포도농가의 품종대체 의향이 높은 품종이다. 샤인머스캇은 껍질째 먹기 때문에 섭취가 편리하며 당도가 높은 청포도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최근 과일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품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포도시장에서 거래되는 품종의 특징을 살펴보면, 레드글로브나 톰슨시들리스, 블랙시들리스와 같이 과피 색이 다양하며 당도는 18브릭스 이상의 고당도인 데다가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섭취편이성이 높다.


2004년 칠레산 포도가 수입될 때만 하더라도 껍질을 분리해서 섭취하는 방식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껍질분리가 어려워 껍질째 먹어야하는 칠레산 포도의 안전성 우려와 취식방식의 차이로 칠레산 포도로의 선호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생각하였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현재 포도 수입량은 약 5배 증가하였고 소비자들은 섭취편이성과 다양성 등의 이유로 수입산 포도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으며 젊은 층은 오히려 국산 포도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던 포도 산업에서도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트렌드 변화를 고려하여 껍질째 먹는 청포도인 샤인머스캇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또 한 가지 포도 산업의 변화로는 포도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1028톤이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되었다. 이는 2012년 신선포도 수출량(345톤) 대비 3배 많은 수치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거리가 가까워 수출 선적시간이 미국보다 짧으며, 자국에서 포도가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검역문제 발생소지가 없다는 점에서 주요 수출 전략국가로 평가된다. 또한 최근 한류 영향으로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대되고 있어 포도 수출 확대 가능성도 높다.


2018년 4월 홍콩과 싱가포르 소비자를 대상으로 알크기, 껍질, 씨 유무, 과피색, 당도, 가격 등 포도속성에 대한 선호분석 결과, 홍콩 소비자는 껍질째 먹고 씨가 없는 속성에 대해 100% 기준 53.91%, 싱가포르 소비자는 40.29%로 타 속성에 비해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현재는 수출 주력 품종이 캠벨이어서 현지인 위주의 소비시장 진출보다는 교포시장 위주의 유통 및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품종인 샤인머스캇을 수출 품종으로 육성하면 수출 확대 가능성은 높다.


이러한 포도 수출 확대 노력은 포도 생산농가의 소득안정에도 기여하고 국내 포도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도산업의 작은 두 가지 변화가 포도산업의 활력소로 잘 연계되려면 신품종에 대한 안정적 생산·수확후 관리 기술 개발 및 농가 기술 보급, 수출조직육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이 개발한 샤인머스캇 재배에 만족하지 말고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국내품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포도산업의 작은 두 변화가 포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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