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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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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영아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6월 13일
임 영 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공익형 직불제 예산 비중 3.5% 불과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도입 등 환영


6월5일은 유엔(UN)이 정한 제23회 ‘세계환경의 날’이었다. 이제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함께 추구해야 하는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미래세대를 위해 물·공기·천연자원 등 환경자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기온 극복, 미세먼지 해결과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 또한 새롭게 대두하고 있다.


농업도 환경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런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경관보호, 생물 다양성 유지, 농촌문화 보전 등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농업생산 외의 산출물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혼재해서 쓰는 경우도 많지만, 다원적 기능이 농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여러 산출물을 아우르는 개념이라면, 공익적 가치는 다원적 기능 중에서도 공공재적 기능을 지닌 공익적 기능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존재 또는 가치의 크기를 지칭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강조는 1990년대말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부터 최근 헌법개정 논의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농업보호의 근거로 사용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단순한 농업보호 논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패러다임을 이루는 한축이며,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의 중요한 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나아가려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고민하고 그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직불금 예산을 살펴보면 소득보전이 아닌 친환경농업직불제·경관보전직불제·조건불리지역직불제 등 공익형 직불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농업정책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 유지와 공익적 가치 제공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게다가 다원적 기능 논의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농업환경 부문에서도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은 한계가 있다. 지난 20년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업 육성이 추진됐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관점보다 식품 안전성을 이유로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기 때문에, 실제 친환경농업이 갖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지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토양 침식, 화학비료 과다 사용, 농업용수 수요관리 부족, 가축분뇨와 악취관리 소홀, 농지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다양한 농업환경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이러한 농업의 부정적 영향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농업의 긍정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경우가 대다수다. 과연 농업부문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과 자성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지역단위 농업환경관리’를 위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도입이나 공익형 직불제도 개편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 지속가능한 사회와 농업을 장기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초석이 돼줄 것이라고 믿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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