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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지사 새옹지마(鷄卵之事 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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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4월 18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이번에는 가격폭락이다. 금값으로 대접받던 달걀 전성기가 2017년 이맘때쯤인 것 같은데 이제는 싸구려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달걀값이 지난해보다 한참 모자라다 못해 평년 농사만도 못하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달걀 한판(30개)의 소비자가격이 1만원대까지 호가하던 지난해 1월초가 그리울 따름이다. 달걀가격 약세 기간이 지나면 또 가격폭등이 일어날까? 그야말로 계란지사 새옹지마(鷄卵之事 塞翁之馬)다.


최근 달걀 소비자가격은 한판에 46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반토막 이하다. 산지에서 거래되는 특란 10개 기준 가격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최고점의 3분의 1 수준이며, 평년 가격과 견줘 절반 정도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가격급락이 이미 예견됐다는 점이다. 살충제 성분 검출 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대형사고로 인해 땅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달걀공급을 마냥 늘리다보니 가격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가금 사육 휴지기제라는 고강도 조치에도 불구하고 2월8일 이후 잠잠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3월12일 충북 음성, 3월16일 경기 평택·양주·여주, 3월17일 충남 아산의 농장에서 다시 창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AI 발생은 비발생농가에게 달걀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언제까지 질병 발생여부에 달걀 수급조절 기능을 맡길 것인가? 과거를 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5년 동안의 달걀가격 흐름을 상기해보자. AI 발생은 매몰처분에 따른 달걀공급 부족을 야기했고 이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이후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이런 흐름은 업계에 질병 발생이 곧 수급조절로 이어진다는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농가의 기대심리가 반복되면서 행동양식 또한 이에 맞춰져 왔다.


최근 달걀가격은 지난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과잉에 따른 달걀가격 약세 기조는 올해 내내 산란계농가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답습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해도 살충제 일제 점검이 예정돼 있다. 또다시 살충제 검출 논란에 휩싸인다면 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달걀값을 안정화시키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소비촉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달걀공급을 줄이는 방안 또한 신중히 모색해야 한다. 달걀가격 약세장이 장기화될 경우 농가부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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