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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학교에 기적의 생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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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external_image 내일신문 기고 | 2018년 3월 23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농촌지역의 분교가 본교로 승격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제주에서 일어났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더럭초등학교다. 72년 전에 설립된 더럭초등학교는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인구감소 등의 이유로 학생 수가 급감해 지난 1996년도에 분교로 격하됐다. 분교가 되면 폐교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졸업생과 학부모, 주민이 하나가 되어 행정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활동 등을 한 결과 지난 3월 초 분교를 본교로 일으켜 세웠다. 


반면에 서울 은평구의 은혜초등학교는 지난 2월 문을 닫아 화제가 됐다.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사립 은혜초등학교의 폐교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다. 올해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모집 정원의 절반에 그친 30명만 지원한 데다, 재정적자가 누적돼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하게 된 첫 사례다. 두 학교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실시해 온 폐교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35년 동안 3726개 학교 문닫아


교육부가 2011년부터 실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정책'으로 통폐합된 초등학교는 211개교에 달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726개의 학교가 폐교됐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농촌학교는 물론 도시학교도 폐교가 급속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초·중·고교 중 올해 한명의 신입생도 없는 학교가 54개교, 한명이 입학한 학교가 59개교에 이른다. 그중 올해 신입생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가 28개교로, 분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폐교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든 데 있다. 전국적으로 전체 초등학생이 2000년에 400만명에서 지난해 267만명으로 33.3%나 줄어든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저출산 추세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출생아는 35만7700명으로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내려왔다. 출산율도 2016년 1.17명에서 지난해 1.05명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농촌은 물론 도시의 초등학교와 중·고·대학교까지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상당수의 학교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겹치면서 학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농어촌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만 가르치는 교육 전달의 장소만은 아니다. 마을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고,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주민들의 소통과 어울림이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그러므로 농어촌 학교의 폐교는 마을과 지역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폐교는 이제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농어촌 학교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소규모 학교를 되살리기 위해 도입한 '행복학교' 운영을 눈여겨보고 접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 서촌초등학교는 아토피 치유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연 친화를 주제로 융합교육을 도입해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를 회생시켰다. 


마을 공동체 이끌어가는 중심지 역할


제주에서는 조청초등학교 선흘분교의 건강·자연생태 특화 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학생이 늘어나 본교 승격을 추진하고 있고, 김녕초등학교 동복분교도 공동주택 건립을 통해 학생 유치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학생 수가 증가해 본교 승격의 꿈을 꾸고 있다.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다양한 행정지원과 교육활동을 통해 농어촌 학교를 제대로 유지하고 새롭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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