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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소비자 충성도
3009
기고자 지성태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3월 14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감정적 호소보다 합리적 설득 필요 품질·안전성 높여 외국산과 차별화를

2월 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니카라과·온두라스·파나마 등 중미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기존 52개국에서 57개국으로 늘었다. 그 외에도 현재 협상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한·이스라엘, 한·에콰도르 FTA까지 체결된다면 FTA 경제 영토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러한 개방화 속에서 우리 농업은 풍전등화 처럼 위태롭다. 물론 이러한 위기감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7년 미국과의 FTA 체결 때도 농업부문의 위기감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개방을 표방하면서도 국내 취약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 개방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농업부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동안 시장개방화가 전개되면서 점차 약화됐다. 농업계에서조차 신규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산물시장의 추가 개방에 대해 다소 둔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수입은 크게 증가했고 소비자들의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는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산물 구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외국산에 비해 가격이 비싸도 우리농산물을 구입하겠다’는 도시민은 24.2%로 2010년(45.1%)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합리적인 소비관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에게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도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애국심이나 동정론이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국익이나 국내 농업 보호라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건강과 식품안전을 중시하고 있다.

감정적 호소만으로 소비자의 충성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국내산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아무리 생산비를 절감한다고 해도 국내산 농산물 가격수준을 외국산에 맞추기는 어렵다. 더욱이 FTA 이행으로 외국산과의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산 농산물의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는 품질과 안전성을 통해 외국산과 차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가축질병이나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 같은 식품안전 문제가 소비자 불신을 가져오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과거처럼 동정론에 의존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즉, 국내산 농산물 소비가 단순한 상품 구매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의 가치 유지에 기여함을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업·농촌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효용과 직결됨을 이해시켜야 한다. 국내산 농산물 소비가 활발히 이뤄져야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하고, 농업을 통한 경제활동이 뒷받침돼야 농촌사회가 유지되며 농촌과 도시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담고자 하는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농업과 농촌이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FTA 대응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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