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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농업,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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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섭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3월 9일
김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책 대상 범위 합리적으로 정하고 농가·사회복지기관 등 참여 독려를

‘사회적 농업’은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주목받은 개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처음으로 표명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사회적 농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적 농업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모든 종류의 농업 실천’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면 정책 측면에서 실용적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돌봄농업=사회적 농업’으로 정의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유럽의 경험이나 한국의 몇몇 사례를 참고하면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통합하는 데 기여하는 농업 실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부가 최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정책 대상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사회적 농업의 개념은 폭넓게 정의할 수 있지만, 정책이 실제로 접근해야 할 영역을 넓게 잡을수록 실행 가능성은 떨어진다. 나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기존 관련 정책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통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농장에서 고용해 영농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을 ‘노동통합형 사회적 농업’이라 한다. 정부는 이미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이런 농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영역에서 실천 주체들이 활발히 나서도록 촉진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과제다. 아울러 어떤 주체를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돌봄 사회적 농업을 개별 농가들이 실천하도록 지원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도 있다.

여러 주체의 협력을 전제로 지원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여러 주체들이 협력하는 협동조합방식의 ‘사회적 농업 주체 형성’ 전략이 적합해 보인다. 농가의 물적 여건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네덜란드처럼 개별 농가의 사회적 농장 경영을 주요 모델로 삼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론 사회적 농업 주체 형성을 돕는 정책은 어떤 내용이 되든, 다른 분야의 여러 정책과 마찬가지로 주체들의 자발성을 전제해야 한다.

사회적 농업이 낳는 편익은 시장에서 화폐로 교환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즉, 사회적 농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시장 상품이 아니라 공공적 서비스의 성격을 지닌다. 자주 소개되는 네덜란드·이탈리아·벨기에 등의 돌봄 사회적 농업이 활성화된 데는 실천 주체들의 헌신과 노력 외에도 공공부문이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을 체계화한 것이 한몫했다. 이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언젠가는 보건복지분야의 여러 제도와 연계·조정·통합 등의 시도를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서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사회혁신의 분위기가 성숙돼야 이같은 제도 변화도 가능할 것이다.

제도 정비의 완급문제도 있다. 사회적 농업이 일정한 법제 정비와 더불어 확산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현실 여건을 고려해 법제 정비의 타이밍을 결정해야 한다. 실천은 빈약한데 지원 정책만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안한 것만 못한 결과가 되거나, 대상자는 몇 되지 않는데 복잡한 자격 제도나 규제를 만들어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만 사례들을 이미 숱하게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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