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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이제 가심비(價心比)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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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8년 2월 12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특정 재화를 구입할 때 가성비(價性比)를 따지기 마련이다. ‘가격 대비 성능’, 즉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에 비해 제품의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란 의미의 가심비(價心比)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를 식품으로 치환하면 소비자는 맛(성능)뿐만 아니라 안전성(마음의 만족)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의미다.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문’은 2017년 사회면 10대 뉴스에 선정될 정도로 우리 채란업계에 오욕의 기록으로 남았다. 또 브라질산 닭고기 파문, 미국의 소해면상뇌증(광우병·BSE) 발생, 전세계적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갈망의 표현인 가심비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2017년은 진화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한해였다.

지난해 12월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 식품소비행태조사’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결과 중 육류소비행태 부분을 살펴보면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의향(77.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쇠고기와 닭고기는 10% 수준으로 조사됐다. 돼지고기를 주로 소비한다는 응답 비중은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쇠고기·닭고기·오리고기는 다소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가심비(안전성) 측면에 기대어 판단해보면 예견된 결과다.

다행히 소비자들은 국산 육류의 안전성을 수입육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편이다. 소비자 조사 결과 국내산 육류에 대한 소비자의 안전성 평가점수는 75점인 반면, BSE 파동을 겪은 미국산 육류는 56점으로 국내산보다 훨씬 낮게 평가됐다. 상대적으로 청정 이미지가 굳어진 호주산 육류는 외국산 중 가장 높은 점수인 64점을 얻었다.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식품 관련 소비자 정책은 ‘식품안전 보장(37%)’이었다. 식품 관련 거래의 적정화(24%), 식품 관련 피해구제(17%) 등의 정책이 그 뒤를 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는 가심비를 따지는 시대다. 우리 축산물은 소비자의 예리한 눈과 ‘달삼쓰뱉(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하는 입을 넘어 그들의 마음까지도 매료시킬 준비가 돼 있는가?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산업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자 마음을 붙잡아두려면 안전한 먹거리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단계 정보를 확대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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