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지속가능한 축산, 산업계종사자 스스로의 개선 의지가 관건
2567
기고자 지인배
축산신문 기고 | 2018년 1월 15일
지 인 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축산업은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16년 농업총생산액 47조6천억원의 40%인 19조2천억원이 축산업 생산액이다. 생산액이 제일 큰 품목은 돼지가 6조8천억원으로 쌀의 6조4천억원을 앞질렀다. 조금 지나면 농업의 절반을 축산업이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국민경제에서 축산업의 위상은 매우 높다.

축산, 사회적 비용 막대해 시선 싸늘

이와 같은 축산업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매년 발생하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로 지역의 축제가 취소되고 이동이 제한되는 등 지역 경제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6년 겨울에는 3천7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기도 했다.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급기야 가금류 사육휴지기제까지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뿐만 아니라 가축분뇨로 인한 수질오염과 악취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로 정부는 2012년 축산업허가제를 도입하였으며, 각 지자체는 가축사육제한 거리를 설정해 농촌지역에서 조차 밀어내는 모습이다. 2018년 3월부터는 무허가축사에 대한 적법화 기간도 만료되고, 무허가축사는 강제로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축산업의 신규 진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일부 양돈농장이 축산폐수를 제주도의 지하수로 연결되는 숨골에 무단방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도가 축산폐수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결국 제주도는 제주도의 모든 양돈농장에 대해 축산분뇨관리체계와 악취발생 정도를 점검해, 일정 기준을 넘길 경우 사육을 제한할 수 있는 조례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반입이 금지되던 내륙의 돼지고기가 제주도로 반입되는 조치까지 취해졌다. 제주도의 돼지고기는 제주도 양돈농가들에 의해서만 공급되었지만, 향후 엄격한 규제와 함께 내륙으로부터 조달되는 돼지고기와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사건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축산업이 겪게 될 내일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륙에서도 제주도와 같은 사건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국민들은 국내에서 축산업을 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낄 것이고, 정부는 축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더 강화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축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대규모 가축질병은 축산물의 수급안정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구제역 이후 소와 돼지의 사육두수가 빠르게 늘면서 2013년을 전후해 한차례 공급 과잉 사태가 있었다. 우유도 2014년과 2015년 공급과잉으로 큰 곤욕을 치뤘다. 닭고기와 계란, 오리고기 등 가금류도 매년 발생하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와 이로 인한 대량 살처분으로 인해 수요감소와 공급부족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축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축산물 가격의 급변동은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가격 등락 반복시 투기산업 변질 우려

문제는 이러한 축산물의 가격등락이 반복되면서 축산업이 일종의 투기산업으로 변해버림으로써 축산업을 후진적인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다. 농가는 일정기간의 공급과잉 시기를 지나면 질병이나 다른 문제로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기 보다는 가축질병과 같은 공급충격에만 대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산란계 업계가 장기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있었는데,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업계의 자발적인 수급조절이 아닌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강제적 살처분이었다. 2016년 내내 계란의 공급과잉으로 어려워하던 산란계 농가는 2016년 말 발생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로 30% 이상의 산란계를 살처분하면서, 결국 살처분을 피한 농가는 돈방석에 앉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비단 2016~2017년 발생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0년의 구제역 때도 살처분을 피한 양돈농가는 고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축산업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질병에 안 걸리면 대박을 맞을 수 있는 투기산업이 되는 것이다.

가축질병과 가축분뇨로 인한 문제는 단순히 축산업계 내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가 전체,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다는데 문제가 있다. 축산업으로 인한 외부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외부효과에 대해 그 사회적 책임과 비용에 대해 애써 눈을 감아버리고, 축산업이 입는 피해만을 강조한다. 가축질병은 국가가 예방해야 하며, 이로 인해 농가에 발생하는 피해는 국가가 모두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축산업의 외부효과로 인한 이득은 사유화 하면서, 비용은 사회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축산업자는 열심히 하고 있으며, 일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농가의 문제이다.

앞에서 제주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우리 국민이 축산업에 대한 호의를 언제까지 베풀지 의문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FTA 재협상 선언으로 미국은 축산물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축산업으로 인한 외부효과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언제까지 축산농가의 편을 들어줄지 걱정이다.

국가경제적 가치 국민공감 이뤄야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제 우리 축산업도 그 기회를 잡을 때이다. 올해부터는 무허가축사에 대한 단속도 시작된다. 이제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의 축산을 가야할 시기이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강제하기 전에 농가가 먼저 스스로 나서서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가축분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에 따라 농가 스스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분뇨처리 용량은 사육마릿수에 맞추어 충분히 늘리고, 제때에 분뇨를 처리해 냄새도 안 나게 미리미리 처리해야 한다. 주위에서 민원이 발생하기 전에 농가 스스로 최대한 냄새가 나지 않게 하고, 행여나 분뇨가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축사시설관리와 가축위생관리를 농가가 스스로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농가가 자발적이고 적절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가가 축사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가축사양위생방역관리 기준을 만들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가가 가축사양위생방역관리기준을 잘 지키도록 지도·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사양위생관리기준을 만들어 보급하고, 농가가 체크해야 할 항목을 만들어 매일 점검하게 한다. 지자체는 정기적으로 농가의 실행상태를 점검해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농가가 가축사양위생방역관리기준을 잘 지키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축산농가의 방역과 위생안전관리를 위해 축산관리사(가칭) 제도 신설을 제안한다.

축산관리사를 통해 축산농가의 방역과 위생관리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육함으로써 질병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가축분뇨가 적절히 처리되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인력을 확대 개편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적정한 수의 농가에 담당자를 지정해 농가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비용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직간접 피해비용이 몇 조 원에 이르고, 축산분뇨의 악취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훨씬 경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건전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축산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국민들은 수입축산물보다는 국내산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 축산업계가 스스로 내 고객인 소비자를 지켜야 할 때이다. 내 소비자를 스스로 지키는 것은 여의도의 정치투쟁이 아닌, 내 농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