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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농기계정책 점검과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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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농축산기계신문 기고 | 2018년 1월 5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황구(黃狗)의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새해 벽두에 농업기계에 관련된 정책과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통해 우리 농업의 발전과 토종 농기계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짐의 시간을 갖고자 함은 필자만을 생각은 아닐 듯 싶다. 여기에 작은 바램도 보태고 싶다.
농업기계에 관련된 정책의 범위는 농기계의 생산에서, 사후봉사와 폐기까지 전 범위에 걸쳐 있다. 전 과정에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성과를 얻기 위해 그리고 민간 주체들로는 어려운 주제와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간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정책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부분도 있다. 여기에서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농기계관련 정책에 대해 개괄해 보고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확인과 발전방안을 숙고해보는 시간을 갖고자한다. 물론 정부의 간여가 없는 영역에 대한 상황인식도 포함된다. 이러한 고민과 앞날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것이 우리 농기계 생산과 판매, 사용에 관련된 주체들의 앞날을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농기계생산지원 연간 2000억원…수요·규모점검 필요
첨단농기계 개발지원 위한 범부터 협의체 구성필요

가장 먼저 농기계의 생산에 관련된 정책인데 알고 보면 적지 않다. 비록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농기계생산지원을 위해 정부에서 저리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여기에는 농기계생산비축과 시설기자재 생산시설지원 자금이 활용된다. 약 2000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최근 농기계생산비축자금의 수요가 1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농기계 업계의 자금수요가 급증하였다. 농기계에 대한 사후봉사는 농기계공급업자, 즉 생산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사후봉사에 관련된 자금지원도 생산자 지원으로 볼 수 있는데 연간 200억원이 넘는다. 전반적으로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 이들에 대한 수요내용과 규모의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의 제 8차 농업기계화 5개년 계획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비 첨단 농기계개발 및 보급’을 지향하고 있다. 무인 자동화와 로봇화, ICT와 BT·NT를 융합한 농기계를 개발, 보급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팜 기자재와 시설의 표준화도 계획하고 있어서 기대된다. 또한 ‘고품질 농기계 생산을 위한 원천·핵심기술개발’을 통해 매년 2개 이상의 핵심요소 부품을 개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농기계에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개발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개발을 위한 마스터 플랜과 자금확보 방법, 개발주체 등이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농기계개발과 관련된 산업계, 과학기술계와의 연대가 절실한데 아직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연구자원은 결코 부족하지는 않다고 본다. 산·학·관·연이 범부처적으로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첨단 농기계의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국제농기계박람회 개최·참가…실효성 의문
수출당사자 협의체 구성필요…인력·재정지원 뒷받침

2021년 수출 12억달러를 목표로 토종 농기계기업들의 국제 박람회 개최와 참가 지원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러한 기존의 단순한 박람회 개최와 참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농기계 업체들의 수출확대를 위한 수출대행 업무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적극 담당하도록 할 계획인데 인력과 재정적인 부분의 지원이 원활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해외 정보수집과 가공, 분산을 위해 농기자재수출활성화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적인 해외 시장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는 작업은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절박함을 안고 있는 주체들의 협의체가 주체가 되어 조직하고 운용해야 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주체가 되는 것은 여러 모로 실효성에 의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냉소가 있다. 너무 많은 실용화재단의 역할은 오히려 조직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농기계구입 자금지원…연간 7000억원 규모 융자지원
영세율 혜택 연간 1500억원…영구적 세제지원 필요

농민들에 대한 지원은 매우 다양하고 크다.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고 있는, 농기계구입의 용이성 제고를 위한 정책은 농기계구입 자금지원이다. 농기계 융자금 지원정책은 농기계 구입시 필요한 자금의 일정 부분을 저리로 융자지원하는 것인데 연간 7000억원 남짓이다. 농민들에게 가장 효과가 컸던 농기계 구입시 보조금 지원은 1990년대 중반 연간 3000억원을 상회하였는데 2000년대 들어 사라졌다. 정액, 정률, 상한규모의 제한 등 여러 가지 농기계융자금의 지원방법이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닌 듯 하다.
농민들의 농기계 구입을 가볍게 하는 두 번째 지원정책은 부가세 영세율과 환급지원이다.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은 조세특례제한법(105조)에 의해서 1989년 1월부터 농기계(사료와 임업용 기자재, 축산업용 기자재와 유기농자재, 어업용 기자재 포함)에 적용해 오고 있다. 또한 앞의 법(105조의2)에 의해 농업·임업·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도 적용 받고 있다.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과 달리 부가가치세액을 환급신청해서 환급받는 제도이다. 적용대상은 약 50여개로 많지는 않다.
부가세 영세율 적용이든 환급지원이든 결과로서 농기계구입시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인데 연간 농기계 시장을 어림하여 1조5000억원으로 본다면 이로 인한 세제 감면 규모는 1500억원이다. 적지 않은 간접지원이다. 그런데 세수를 관리하는 정책 부처에서는 부가세 영세율 적용과 환급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농업의 자주성 지지라는 측면, 농가호당 농업소득이 연간 1000만원도 안되는 상황, 우리보다 잘 사는 미국에서도 실시하는 정책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영구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농기계임대사업 개선위한 평가·컨설팅 지속발전필요
연간 면세유 혜택 1조원 규모…부정수급 엄단해야
농민들의 농기계이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농기계임대사업과 농기계 면세유 지원이 있다. 행정기관이 주체가 되어 실시해 오고 있는 농기계임대사업의 효과는 지대하다. 지금까지 약 4500억원 상당의 정책자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2000년대 이후 농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업 중의 하나이다.
농기계임대사업은 밭작물, 주산단지 중심의 기계화를 지향하는데 몇몇 지속성과 효율성 면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염려해서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발전적 컨설팅을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다양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때 연간 300만 ㎘까지 증가하던 면세유 사용량이 농업의 축소와 함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그로 인한 혜택규모는 적지 않다. 최근 5개년 연평균 면세유 혜택규모는 약 1조원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면세유 부정수급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당연하며 농민들과 유통, 판매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일몰제로 연장해 가고 있는 면세유 지원에 해가 되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농기계검정, 친환경성·안전성 강조…국제적 추세
세계시장 진출위해 엄격한 안전검정 기준필요

농민들이 일정 수준의 기능을 발휘면서도 안전한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전문적인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농업기계화촉진법 제9조(농업기계의 검정)’에 명시되어 있는 농기계검정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대행하고 있다. 과거 농업공학부(구 농업기계화연구소)에서 담당하던 업무가 이관된 것이다. 종합검정과 안전검정 외에 기술지도검정과 국제 규범검정, 그리고 변경검정 등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추세에 의할 경우 갈수록 친환경성과 안전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하는 우리로는 이 부분에 대한 기술개발과 함께 검정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엄격한 안전검정 기준을 설정, 검토하고 시행해야 한다.

농기계 교통사고건수 연간 450건…사망자 100명
실태조사·사전예방조치 위한 종합대책마련 필요

농기계에 관련된 사고가 적지 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농기계 사고예방과 사후 보상, 지원을 위한 다양한 조치와 보험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매년 농기계 교통사고건수가 450건이 넘고 사망자도 1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상대적으로 치사율이 일반차량의 8배(16.8%)에 이른다. 사전 안전교육과 준수, 음주운전 방지 외에도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현장형 표준교육자료’를 만들어 농기계담당 공무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농기계안전장치의 설치와 안전검정을 강화하고 있다. 안전 반사 띠와 반사판을 부착하는 정책도 안전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농업기계 등화장치 부착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찰과 함께 농촌을 방문하여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농기계 뒷면에 반사 스티커를 부착해 주고 있다. 농진청에서도 유사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기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종합대책 하에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반적인 사전예방조치들에 대한 점검아래 종합방안을 마련하길 권한다. 아울러 매년 농기계로 인한 사고 실태와 원인 조사, 분석 등을 통해 사전 예방책 강구에 활용했으면 좋겠다.

농업인안전·농작업근로자보장·농기계종합보험
농기계임대사업 적용대상 일부제외…개선해야

농업인 재해공제 사업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농작업 중 발생하는 신체상해를 보상하는 정책이다. 농기계뿐만 아니라 농작업시 발생하는 상해에 대한 사후 지원을 담보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2016년 보조금으로 628억원, 자부담으로 62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농업인 안전보험과 농작업 근로자 보장 보험, 농기계 종합보험 등 3종에 대해서는 일부 지역조합과 지방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험의 적용대상이 일부 빠지거나 중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농기계임대사업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농협 최저가입찰, 수입산시장잠식 가속화 큰 문제
국내 농기계유통업체 경영부실·도산 우려 심화

농기계 유통에 관련된 정책은 많지 않다. 사실 농협 농기계은행 사업용 농기계의 최저가 입찰과 공급, 외국산 중대형 농기계의 국내 시장잠식 가속화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비단 농기계유통업체들의 경영부실과 도산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토종 농기계기업들의 퇴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주장을 한국농기계유통조합에서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농기계가격표시, 본사·대리점간의 상거래관행 갈등
대리점 위한 부품확보자금 지원…가뭄의 단비정책

농기계가격표시제 실시는 오히려 농기계대리점들의 경영을 옥죈다는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농기계회사와 농기계대리점간의 오랜 상거래 관행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이의제기가 꾸준히 있어왔다. 그나마 농기계 대리점들에 대한 부품확보자금의 지원은 자금확보의 어려움을 완화해 주는 정책이다.

중고농기계 재활용·폐기시스템 정책마련 미흡
제작단계부터 농기계폐기·부품재활용 고려돼야

농기계를 사용한 후의 적절한 재활용과 폐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미흡하다. 그동안 우리 농업기계화 정책의 근간이 빠른 시일내 농업기계화의 성취에 있었기 때문에, 농기계의 공급과 사후봉사에 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고농기계거래의 활성화 정책을 고민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고농기계의 재활용 내지는 적절한 폐기에 대한 고민이 없다. 기본적인 가격조사자료 조차 없다. 매년 수천억원의 가치를 가진 중고농기계의 적정 거래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검토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한국중고농기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건의가 있어왔지만 아직은 실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된 중고농기계협동조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국내 중고농기계의 재활용, 수출의 촉진 등을 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여전하다. 특히 농기계 제작전 설계에서부터 농기계 폐기를 고려한 디자인과 재료 사용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부품의 재활용 등도 일정 기준에 의해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관리, 지원해야한다.

스마트농업·토종농기계 발전위한 실천로드맵 필요
농기계수출·내수진작 위한 선택과 집중 불가피
잠시 우리는 우리나라 농기계의 생산에서 사후처리까지 전반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정책, 일반상황과 문제 등에 대해 일견해 보았다. 농기계 유통과 중고 농기계 등 일부 분야의 소홀함을 포함하여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농기계정책을 구상하고 협의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정부의 몫만은 아니다. 학계와 연구계, 산업계가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미래 우리 농기계관련 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정책 담당부서에서 지행해야 하는 방향은 뚜렷하다. 스마트 농업의 지원과 토종 농기계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스마트 농업이 지향하는 초생력의 정밀성, 안전성, 자율성, 친환경성이라는 가치실현에 필요한 기술과 농기계를 개발, 공급하는 것이 농기계산업에 주어진 기대역할이다.
국내 농업의 규모만으로는 모든 스마트 농업용 기자재의 국내 자급을 가능하게 할 수는 없다. 일부는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기계수출 매진과 내수진작, 선택적인 정책기획, 선택적인 기업지원이 불가피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주어진 토종 농기계기업들에 대한 기대역할을 이뤄냄과 동시에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기계분야는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힘든 상황이다. 일시적인 수출호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다.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위여누란(危如累卵) 시기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국가 차원의 산·학·관·연 거버넌스를 구체화, 실체화하는 데 서로 일조를 하면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파부침주(破釜沈舟)자세로 합심해야 한다. 하나하나 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제에 농기계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다부진 방책을 강구, 시행해야 한다. 무술년 세초에 바라는 간절한 바램은 그리하여 일양래복(一陽來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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