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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는 농촌지역을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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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7년 10월 31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고속도로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별로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지역에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모든 지역이 고속도로를 놓아 달라고 아우성인데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빨대와 같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끝과 끝에 있는 지역만 혜택을 보는 구조다. 그것도 서울 쪽이 더 혜택을 본다. 이를 ‘빨대효과’라고 한다.

고속도로 빨대에 구멍이 좀 있으면 그 곳으로 물도, 공기도, 돈도, 사람도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갈 수 있는데 꽉 막혀 있으니 빨대효과만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 전체가 터널 같다. 터널 고속도로라고 하고 싶다. 터널처럼 양쪽은 꽉 막혀서 고속도로 주변 지역과 연계성이 없기 때문이다.

‘빨대효과’로 끝과 끝 지역만 혜택

톨게이트가 있는데 무슨 문제인가? 라고 할 수도 있다. 유료 톨게이트는 검문소와 같다.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게 허락하지 않는다. 무료라면 몰라도. 유료 톨게이트와 휴게소가 막아서고 유혹하니 지역 음식점, 주유소, 숙박업소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못 나가게 막았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국민 세금으로 지은 고속도로가 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농촌지역과 주민들을 소외시키는가?

미국 고속도로를 이용하다보면 그 지역에 있는 음식점, 주유소, 호텔을 안내하는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친절하게 거리도 표시해 놨다. 마을이 나오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온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는 무료이다. 마을로 나가고 들어오는 게 자유롭다. 그러니 식사하고 싶을 때, 기름을 넣어야 할 때, 잠을 자야할 때, 이런 표시판으로 보고 소도시나 농촌마을을 쉽게 찾아 간다. 여행자들은 잠시 머무는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돈은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다만 민간 자본으로 만들어진 고속도로에는 우리와 같은 휴게소도 있고 통행료도 받는다. 이 도로도 우리와 같이 꽉 막힌 터널 고속도로이고 빨대 고속도로이다.

우리도 식사하고, 주유하고 싶을 때 농촌지역이나 소도시를 쉽게 들러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휴게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료 톨게이트로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경치 좋은 곳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게 하지 말고 눈으로도 보고, 맛도 느끼고, 냄새도 맡고, 지역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역상권 ‘고사’

일반 소도시보다 농촌지역은 고속도로로부터 더 소외되고 있다. 최근에 개통한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로 인해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보도가 증거다. 지역을 배려하지 않고 속도만 강조하는 고속도로의 폐해다.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초지역은 아름다운 풍경과 독특한 지역 음식, 지역특산품 등으로 지나는 사람을 오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농촌지역을 지나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가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고속도로 주변 지역과 농촌이 휴게소와 공정하게 경쟁하거나 공생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 차선책으로 휴게소가 지역과 좀 더 밀착되도록 할 수도 있다. 지역과 밀착되면 될수록 휴게소는 더욱 특성화되고 차별화 될 수 있다. 그러면 고속도로가 조금은 지역에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나다 지치면 들르는 곳이 아닌 그 곳을 목적지로 삼아서 갈 수 있는 휴게소가 되어야 한다. 거기에 지역민들이 고용되고, 지역특산물과 농산물이 판매되고 순환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독특한 자원을 활용해야만 가능하다. 일본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로컬푸드매장, 로컬레스토랑, 특산품 판매장 등이 휴게소를 구성한다. 지역농민은 농산물을 제공하고, 지역민들은 농산물을 직접 사서 간다. 그리고 지나는 여행객들은 잠시 들러 식사하고 지역의 특산품도 사고 휴식을 취한다. 품위 있는 휴식이 가능하다. 휴게소와 농촌이 만나면 품위 있고 아늑하고 차별화된 휴게소가 된다.

지역과 밀착되도록 시스템 바꿔야

농촌지역과 주민들에게 바라만 보고, 지나는 자동차만 보고, 소음과 매연만 남기는 고속도로가 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의 속도만 강조하는 메마른 고속도로 대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농촌지역의 정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배려하는 따뜻한 감성이 살아 있는 고속도로였으면 좋겠다.

고속도로 주변의 농촌지역과 지역민들은 고속도로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농촌과 더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고속도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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