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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시대 ‘틈새 작목’ 선택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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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성태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10월 20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다. 농민은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시에 내년 농사를 계획한다. 먼저 올해와 같은 작목을 심을지, 아니면 작목을 바꿀지 고민한다. 농가가 작목 전환을 결정하기까지는 수익성은 기본이고 초기 투자비용, 판로, 노동력 투입 방안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작목 전환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52개국과 맺은 15건의 FTA가 발효됐고, 전체 수입 농산물 중 80% 이상이 FTA 체결 상대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정 품목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 수요를 온전히 국산으로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 외국산의 수입을 막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FTA 이행으로 관세 인하 혜택까지 받는다면 외국산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다.

블루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기능성 식품으로 인식돼 국내 수요가 크게 늘었고, 그에 따라 블루베리가 고소득 틈새 작목으로 부각되면서 재배면적이 급증했다. 그러나 값싼 외국산 수입이 크게 늘어 불과 몇년 사이에 국산 블루베리 가격이 급락했다.

주요 수입국은 칠레·미국·캐나다로 FTA 체결 상대국이며, 모두 관세 인하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산은 국산이 출하되는 6~8월에 수입이 집중되면서 국내 블루베리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이듬해 4월 수입되는 칠레산 신선 블루베리와 연중 수입되는 냉동 블루베리까지 포함하면 우리는 사시사철 외국산 블루베리를 수입·소비하는 셈이다. 급기야 2016년 피해가 입증돼 블루베리가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품목으로 선정됐고, 전체 재배면적의 약 10%가 폐원됐다.

체리도 마찬가지다. 재배농가수는 2016년 기준 416가구로, 수는 적지만 증가세는 매우 빠르다. 2년 사이에 40% 정도가 증가했다. 고가의 과일인데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2010년 4000t에도 미치지 못했던 체리 수입량은 2016년에는 1만4000t까지 증가했다. 수입액 기준으로 바나나·오렌지·포도에 이은 4대 수입 과일로 등극했다.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품질을 향상할 수만 있다면 체리는 틈새 작목으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2015년 체리가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품목으로 선정됐고, 전국적으로 79농가가 폐원했다는 사실을 잘 곱씹어봐야 한다.

체리는 2012년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기본세율 24% 즉시 철폐로 수입이 급증했다. 국내 시장을 90% 이상 점유하는 미국산이 집중 수입되는 5~7월에 국산이 출하된다는 점도 매우 불리하다. 이밖에 칠레·호주·뉴질랜드에서도 체리가 수입된다.

다행히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시기와 국산 출하시기가 중첩되진 않지만, 모두 FTA 체결 상대국으로 체리에 대한 기본세율이 철폐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칠레는 세계 최대 체리 수출국으로, 향후 우리나라로의 수출 증대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상당수 국가와의 FTA 체결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어떤 품목이든 신규로 진입하게 되면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수입 피해를 유발한 FTA 발효 이전부터 해당 품목을 지속적으로 생산한 농가만을 대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작목을 전환하면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사라지게 된다. 작목 전환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생산정보와 시장정보는 물론이고 FTA를 포함한 수입 정보도 앞으로 농가의 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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