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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맞는 농촌재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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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8월 21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도시재생 뉴딜’이 도시 경쟁력 강화와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문재인정부 핵심정책 중 하나로 추진될 전망이다. 구도심과 노후주거지같이 시급히 정비가 필요한 곳을 우선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지역전문가 등 추진주체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구도심과 노후주거지 생활여건 개선은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쇠퇴지역을 혁신공간으로 재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왜 도시재생만큼이나 수요도 크고 혁신공간으로서 잠재력도 충분한 ‘농촌재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도시국가도 아닌데, 혹시 도시재생의 프레임으로 농촌까지 덮어씌우는 것은 아닌가.

거칠게 분류하자면,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촌으로 나눌 수 있다. 농촌은 비록 현재의 정주인구가 전 국민의 18.4%에 불과하나 최근 귀농·귀촌 증대로 인구증가 추세에 있으며, 농·산지를 모두 포함하면 국토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 속에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농촌 인구도 줄어 활력은 저하됐지만, 농촌이 지닌 잠재력과 가치는 여전히 풍부하다. 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시재생보다도 농촌재생을 더욱 강조하는 이유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아름다운 농촌재생 지원사업’을 추진해 아름다운 농업·농촌 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재생·마을재생에 대한 현장 수요가 꽤 높다. 경남 함안군은 ‘아라농촌마을 재생사업’을 자체 기획·추진 중이며, 충북 증평군도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깨끗한 환경 보전을 위해 실개천을 살리고, 사라져가는 마을 유산을 기록하는 등 소규모 공동체 활동을 통해 마을 사람의 행복을 높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농촌은 도시와 견줘 사회·경제적 환경의 수준이나 쇠퇴 원인이 전혀 다르다. 쇠퇴하는 도시라도 농촌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쇠퇴지역 자체의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추구하기 쉽지만, 농촌은 이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농촌은 인프라 기반도 미흡하거니와 읍·면 소재지와 마을, 농·산지 등 밀도와 내용이 다른 사회·공간 시스템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쇠퇴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느린 활력증진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농촌의 사회·경제적 쇠퇴를 극복하는 문제에 더해 재생이 필요한 중대한 이유가 있다. 농촌의 역사·문화·생태적 유산과 가치가 보전되고 가꾸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의 유산과 가치를 보전하고 가꾸는 일은 단지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일이 아니다. 농촌의 작은 도랑과 실개천을 가꾸는 일이나 농촌의 유·무형 자산을 지키는 일은 우리 국토와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근본에 가까운 일이다. 결코 국가적으로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며 그 성과 역시 막대하다. 시장에 맡겨서는 잘 이뤄지는 일이 아닌 데다 마을 공동체의 지속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농촌은 국민 전체의 삶터이자 일터이며 쉼터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터다. 농촌이 지닌 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데도 오랜 기간 성장거점전략의 신화에 사로잡혀 도시중심 개발에 치중하다보니 농촌의 활성화에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기회와 동력이 제공되지 못했다. 더 넓고 큰 관점으로 정책을 기획한다면, 도시재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농촌재생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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