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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협업농장’의 도전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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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6월 14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이 있다. 농업학교 졸업생, 귀농 희망자, 농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는 농장이다.

씨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최종적으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농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농업을 배우고, 농촌에 살면서 필요한 공동체 생활의 가치를 터득하도록 해 농업·농촌 정착을 돕는 것이 농장의 설립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비닐하우스 8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쌈채소를 재배한다. 운영진과 교육생을 합쳐 11명이 현원이다. 20대 6명, 30대 3명, 50대가 2명이다.

그런데 이 협업농장의 특별한 점은 이들이 종일 농사일만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농촌적 가치로 세상 사는 법을 배우는 농장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들은 오후 4시가 넘으면 주변 마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인근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사를 하는 이도 있고, 권역단위 거점개발사업 운영위원회 사무장을 하는 이도 있다. 외부 방문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역할도 한다. 그리고 유기농업이나 역사·인문학 등 강좌를 수강하며, 한달에 한번은 홍성지역 곳곳을 다니며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본래 농업에 필요한 땅·물·기계와 노동력은 일정 자본을 갖춘 대농이 아니고는 스스로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협동이라는 덕목은 가족농이 대다수였던 농촌에서 등장한 필수불가결한 가치이기도 하다.

농산물 판매도 마찬가지다. 그 양이 많지 않다면 다른 농민과 조직화하는 것이 유리하고, 그러려면 돈독한 인간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젊은협업농장은 농사의 모든 과정을 학습하는 동시에 농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도 경험하도록 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 유지를 주장하고 실천한다.

젊은협업농장 주변에는 협동조합 ‘생미식당’도 생겼고,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협동조합 ‘행복농장’도 생겼다.

농사일이 바쁠 때 밥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으로 생미식당이 문을 열어 성업 중이다. 젊은협업농장 다리 건너 비닐하우스에서 허브와 꽃을 재배하는 행복농장은 농사체험을 통해 만성 정신질환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사회기여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걸출한 성과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그저 도전이다.

젊은협업농장 수료생 모두가 농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 측면에서 농장 유지가 녹록지도 않다. 그렇지만 비록 농민이 아니어도 농촌 사람이 되거나 농촌에 필요한 일들을 하는 수료생이 생겨나고, 지역 내외부의 지지가 견고해진다는 점은 분명 희망이다. 심지어 농업을 통한 사회기여 활동까지 기획하고 실천하니 참으로 근사하다.

젊은협업농장의 도전은 농업·농촌의 희망이다. 농업 후계인력도 길러야 하고 농촌에 사는 사람들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기여도 해야 한다. 그것은 농사와 마찬가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우리들의 응원과 지지가 기반이 돼야 한다.

희망과 기대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한편에서는 농업·농촌 현안이 등한시되고 있지 않은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이것저것 농업·농촌에 필요한 거대 이슈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걱정과 거대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농업·농촌의 근본과 가치를 유지하고자 애쓰는 작은 실천들이 있음을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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