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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밭떼기거래, 주체간 신뢰 바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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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선우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6월 9일
최 선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배추관측담당)

최근 배추 가격이 예사롭지 않다. 작년 여름 고랭지배추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 할 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봄배추 출하가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우리나라 배추의 산지거래구조를 살펴보면, 농가가 농협과의 계약재배를 하는 비중이 20%, 직접 출하가 10%, 산지유통인과의 계약재배가 7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산지유통인과의 포전거래는 정식 이후 대부분의 관리를 산지유통인이 책임지는 구조여서 ‘배추 농사는 산지유통인이 짓는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산지유통인과의 포전거래로 수취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농가는 왜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일까?
 

보통 농가와 산지유통인의 포전거래는 정식 1~2개월 전에 이루어지며, 선급금 30%는 계약 시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출하시기에 지불하는 형태이다. 올해는 시설봄배추 계약시기(12월~1월)에 시장가격이 높았다. 때문에 농가와 산지유통인의 계약재배가 크게 늘었고, 이후 출하기인 4~5월 시세가 낮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산지유통인이 배추를 출하할수록 오히려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농가와의 계약 이행도 덩달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올해 봄배추 포전거래 의 계약이행 여부를 조사하였다. 시설봄배추의 경우 초기 계약단가로 계약이 이행된 농가는 거의 없었으며, 계약이 파기된 농가는 30% 내외, 나머지는 잔금을 전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계약 당시 초기 계약 단가가 평당 14,000원인데 4월에 재계약을 하면서 평당 9,000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에는 아산, 의령 등 노지봄배추에서도 덩달아 계약금 할인 요구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높을 경우는 어떨까? 농가조사 결과, 대부분 계약대로 이행하고 일부는 계약금액의 5~10% 내외 추가금을 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낮은 시기에 재계약에 의한 농가소득 감소분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이익을 보면서도 농가는 왜 산지유통인의 계약금 할인 요구를 쉽게 들어주는 것일까? 이는 산지유통인과의 포전거래가 다른 출하처에 비해 가격이 높고 조기에 가격을 확정할 수 있으며, 많은 인력과 비용이 요구되는 수확작업을 개인 농가 단위에서 실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가들은 다음 작물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무작정 산지유통인의 출하시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따라서 농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산지유통인의 계약금 할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두 또는 간이 계약이 아닌 표준계약서 작성 활성화, 계약 파기나 감액 요구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초기 계약재배 시에 물량 과잉이 예상될 경우에는 포전거래의 과열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지유통인과 농가의 현명한 계약단가 협상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거래를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책임감이 신뢰를 낳는다. 산지유통인이 우리나라 배추 수급 안정화의 주체로 자리 잡고 농가와의 지속가능한 거래를 위해서는 농가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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