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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공간 정비사업을 추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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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 2017년 5월 26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논의와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개헌 논의에 맞추어 농업계에서는 헌법에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규정하자고 주장한다. 헌법은 국가 운영의 기본철학과 원칙이며 그 내용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헌법에 농업 농촌의 공공적 가치를 넣자고 하는 것은 그것이 국가 운영의 기본이고 국민 모두가 동의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업 부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직접지불제의 개선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농촌의 경관과 생태, 문화 보전을 위한 공익형 직불제 강화쪽으로 개선 방향이 모아지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업계의 큰 흐름만을 본다면 지금 보다는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돌이켜보면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세간의 관심을 끈 지도 근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농경지의 다원적 가치가 돈으로 계산된 바 있었고 어메니티(쾌적성)가 농촌개발의 화두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20년 전에 비해 지금이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농업의 식량안보기능도 국토 보전 기능도 약화되었으며 농촌의 자연 환경은 악화되고 생태적인 건전성과 농촌다운 풍경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 증진은 한 두가지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질서 있는 토지이용은 기본이고, 환경친화적 농업, 생태적인 관점에서의 농업생산기반정비, 경관과 조화로운 토목 사업과 시설물 설치 등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이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 될 일도 아니다. 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입장에서는 농촌 주민들을 설득하고 관련되는 부처의 협조까지 이끌어 내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래서 그런지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에서 직접적으로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예산은 전체 예산의 2%가 못된다. 단위 사업이라 해야 경관보전 직불제와 일반농산어촌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경관개선 사업 등이다. 지역경관개선 사업의 경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장에서는 농촌의 경관과 생태환경 개선과는 상관이 없거나 오리려 악화시키는 쪽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 조항에까지 넣자고 하는 논의에 비하면 그것을 실천하려는 정책 노력은 너무나 부족하다.
 

정부 정책의 근본이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라면 농촌 정책의 근간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바람직하기로는 모든 정책의 바탕에 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고려되도록 정책 설계가 다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편리성 위주로 해온 생산기반 정비 사업을 생태와 경관을 배려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 보다는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예산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른바 전원공간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경관과 생태 그리고 문화란 관점에서 농촌을 물리적으로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많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는 근대화 이전의 농촌 풍경을 일부나마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전원공간정비사업은 농촌이란 대형 무대에 국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만큼 세밀한 부분까지의 디자인이 필요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전원공간정비사업은 한 두 지역만 하고 마는 시범사업이 아니라 모든 농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전국 사업이 되어야 한다. 1970년대, 농업근대화가 절실한 시점에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은 농업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 헌법에 규정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그에 합당한 행동도 필요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원공간정비사업을 추진하여  아름다워서 더 풍요로운 농촌을 국민 모두에게 선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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