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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이후 고민 깊어진 한우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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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12월 16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올 초부터 9월 추석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소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9월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소값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우시장에서는 송아지값이 전 고점 대비 최대 100만원 이상 하락했으며, 한우 도매가격은 김영란법 시행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우 수요 위축의 요인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서’라는 의견도 있으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 소비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장인의 식사 등 소비행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직장인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법 시행 후 직장인의 73.6%는 식사 접대 횟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고, 접대 횟수가 50% 이상 줄었다고 응답한 직장인도 전체의 48.6%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419개 업체 대상)’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8.5%(287개)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업체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6.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영란법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평균 객단가 3만원 이하 식당 또한 고급식당과 마찬가지로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자뿐 아니라 모임과 회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일반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조사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자 이외의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선물·식사·경조사비 등을 주고받는 문화가 아예 사라지거나 만남 자체를 회피 또는 외면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를 이유로 외식 등 한우 수요가 크게 감소한다면 한우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할인행사를 통한 한우 소비촉진 또한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유통마진을 축소하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요구된다. 최근 1인 생활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간편식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등급 한우에 대해 1인가구용 소포장, 간편식 소비트렌드에 맞는 상품개발 등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우 생산전략 또한 탄력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수입육의 공세적 시장 확장은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우 수요가 결국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등급이 높은 고기는 고급화·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2·3등급 이하는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는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육과 번식 기반을 유지·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생산비 절감 노력과 더불어 현재 육질 위주의 한우 개량 목표는 육량까지 고려하여 설정해야 한다.
 

최근 한우업계는 김영란법 이외에도 수입육의 국내 쇠고기 시장 잠식 가속화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불황의 늪에서 탈출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라 한우농가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런 대내외 위협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유통업체의 자구 노력과 병행하여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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