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업농촌 패러다임 전환 이미 시작됐다
5091
기고자 김병률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16년 12월 7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패러다임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믿음, 가치, 기법 등의 총체이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 점진적 진보보다는 혁명, 즉 단절적 파열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 기존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대신해 과학이 발전한다는 의미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등장했다. 새로운 성장곡선으로 도약해 완전히 다른 차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퀀텀점프라고도 한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과 기계화 혁명,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전기에너지 발명과 대량생산혁명, 20세기 후반 컴퓨터 발명과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으로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2015년부터는 제4차 산업혁명이 논의되며 다시 한번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위치기반서비스(LBS), 생체인터넷(LoB), SNS,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융복합과 연결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초연결 산업혁명이다. 이미 사회와 과학 분야 곳곳에서 급진전되고 있다.

농업, 농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농업 생산과 유통, 농촌생활에는 1차부터 3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이 공존하고 있으나 그 거대한 흐름이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고 미미하기는 하나, 스마트팜 농가가 원격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재배온실 환경을 조절하고, 농산물 마케팅과 광고홍보, 수급분석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융복합 기술의 농업분야 접목으로 농업의 미래는 생산의 자동화, 로봇화, 무인화 기술과 농기계 이용으로 부족한 농업 인력을 대신하고 ‘정밀농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농업은 녹색혁명(종자), 백색혁명(온실)에 이어 ICT, BT 등 첨단기술과 융복합해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도약하는 ‘ICT 농업혁명’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종자 및 육종, 스마트팜, 유통혁신, 바이오소재 등에서 미래성장산업화가 기대된다.

그렇지만 우리 농업 내부의 인적 기반과 농업인들의 인식 수준은 패러다임 전환에 능동적으로 부응하기에 한참 부족하다. 고령화와 다수의 영세농, 기업의 농업부문 진입과 상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은 패러다임 전환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심화와 생산규모의 영세성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첨단농업 육성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정부는 청년취농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 청년들의 농업비지니스 진입을 적극 유인함으로써 고령화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농수산대학의 학생 수를 늘려 젊은 농업경영인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또한 경영마인드와 자본력이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귀농을 적극 유인해 기업적인 농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농식품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적극 열어줘 농가들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기술력과 경영능력, 자본력, 해외시장, 물류기반은 농식품의 영역을 확장하고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으며, 무한경쟁시대에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역할 분담을 통해 농민들과 얼마든지 상생 발전할 수 있다.

이제는 농업분야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산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고객 중심적인 사고와 경영마인드로, 가격 중시에서 가치 중시로, 약탈적 생산방식에서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쌀 중심 농정에서 탈피해 품목 다양성을 추구하고, 영세농과 기업농의 대립적 사고에서 역할 분담과 상생적인 사고로, 소극적인 내수 방어에서 공세적인 세계시장 지향으로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농가도 혼자 농사짓는 농사꾼(farmer)보다는  전문적인 농기업경영체(farm enterprise)가 돼야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