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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려와 희망 모두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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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KREI논단 | 2016년 11월 17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경영자문위원)


세계는 지금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가 유세기간 중에 내세운 정책들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국제 사회는 안보,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교역과 안보 모두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제교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글로벌화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해오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표류에서도 이미 확인된 것이다. 빗장을 걸어 잠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세계 경제를 저성장의 덫에 갇히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받게 될 대미 수출의 부정적 영향은 빠르고도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시장을 보호할 장벽을 쌓는 것은 상대국과의 협상 없이도 가능하고, 행정명령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운, 조선 등 산업구조조정 문제와 현재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도 커다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이행에 들어갈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서 대일본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컸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TPP 비준을 포기한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요소이다. TPP 무산으로 미국은 자신이 추구해온 경제적 측면에서의 대중국 견제 정책 후퇴와 교역 감소에 따른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FTA 경쟁에서 경쟁국에 크게 뒤져왔고, 이러한 열세를 TPP를 통해 일거에 극복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TPP 무산으로 일본이 입게 될 피해도 상당히 클 것이다.

통상문제에 있어서 피해의식이 큰 우리나라 농업계도 트럼프 당선의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은 시장개방 압력과 수입 증가를 걱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산업에 비해 협상의 시간도 있고 영향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시키기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하고, 한-미 FTA를 넘어서는 시장개방으로 쇠고기와 쌀 등을 거론한다면 미국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광우병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우려를 상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미국의 쇠고기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쇠고기의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은 이미 호주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으며, 광우병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이 또한 섣불리 더 열어달라고 떼를 쓸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대화를 통해 이러한 점을 잘 설득해 나간다면 농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적 경향으로 흘러가는 국제 기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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