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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인, 수급관리 파트너로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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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우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10월 19일
김 성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배추값이 크게 오를 때마다 매번 유통마진이 문제가 되곤 한다. ‘농민이 1000원에 판 배추 한포기, 소비자는 1만원에 산다’는 둥 올해같이 기상이변으로 배추값이 크게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날씨의 원인으로 인식해 소비를 줄이거나 얼갈이 등 대체품목을 구입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유통마진 문제로만 여겨 비싼 배추값이 유통인들의 이익으로만 인식되면 자칫 농업 전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고랭지배추는 봄배추나 가을배추와 달리 대규모로 재배하는 농가가 많다. 적게는 1만~2만평, 많게는 10만평까지 크게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작황이 좋아지면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보고, 작황이 나빠지면 비료나 농약·스프링클러 등 밭 관리를 위한 노동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농가들은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위해 육묘장에서 20~25일간 자란 육묘를 밭에 정식하고 난 후에 산지유통인과 밭떼기로 거래한다.
 

거래 이후에 산지유통인은 45~60일간 배추를 직접 키워 수확·포장·운송 등을 통해 시장에 출하한다. 위에서 말한 산지에서의 포기당 1000원은 농가가 정식 이후에 산지유통인에게 판매한 금액이라 이를 소비자가 구입한 금액과 단순 비교하면 왜곡이 크게 발생된다.
 

올해 고랭지배추 산지유통인 마진은 경락가격의 20%로, 최근 5년간 고랭지배추 산지유통인 마진 8%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를 연간 단위로 환산하면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최근 5년간 봄·고랭지·가을·겨울 배추의 연간 유통마진은 -0.4%였다. 특히 2014년 겨울배추의 유통마진은 -43%여서 한해 한 작형의 유통마진이 높다고 해서 이를 일반화시켜 유통마진이 높다고만 할 수 없다.
 

국내 농업에서 산지유통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고랭지배추의 경우 농협의 계약재배 비중이 20% 내외이고, 농가의 직접 출하는 10% 미만인데 반해, 나머지 70%는 산지유통인이 관리하고 출하한다. 또한 수확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과 작황 부진에 따른 수확량 감소 등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농가들 대신 산지유통인이 떠안고, 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농촌에서 밭 관리나 수확 후 출하까지 산지유통인이 담당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에 한번씩 온다. 유통마진이 상식 이상으로 커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한 작형에서의, 특별한 상황에서의 일회적 유통마진만 보고 판단한다면 장기적으로 농가와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발생된다. 따라서 산지유통인의 적절한 유통마진을 보장하고 배추의 생산 및 유통 대행이라는 순기능을 활용한 ‘공영산지유통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수급 관리를 위한 파트너로 함께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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