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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판매 규제, 시골 농협까지 적용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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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중앙일보 기고 | 2016년 10월 17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최근 외진 시골에 있는 조그마한 지역농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연세 드신 분이 찾아와 병원 치료 후 보험금 수령에 대해 직원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자 창구 뒤에 있던 과장이 나와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어르신은 상담을 마치고 서류를 접수한 뒤 다른 창구에 가서 영농 관련 문의를 하고 돌아갔다. 만족하였는지 문을 나서는 어르신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외진 시골의 지역농협에 들어가면 근무하는 직원이 몇 명 되지는 않는다. 이런 곳에 금융점포를 차리면 운영비나 벌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지역농협 점포 하나 잘 유지하는 것이 바로 농촌지역의 복지다. 때문에 경영 상황이 악화돼 점포를 폐쇄하려면 지역주민의 심한 항의를 받기도 한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농업인의 보험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농업인은 사시사철 바쁜 농사일을 하다 보니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에 충분히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49.3%나 된다. 보험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농촌지역에선 그동안 지역농협을 통해 보다 편리한 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영농자재를 구입하려고 방문했다가 보험상품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 마을회관에서 하는 영농교육에 갔다가 문의하기도 한다. 때로는 지역농협 직원이 마을을 방문해 보험유지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엔 가까운 지역농협에 서류를 접수하면 해결된다. 지역농협은 불완전 판매가 적다. 불완전 판매 비율은 생명보험의 경우 업계평균이 0.67%인 데 반해 지역농협은 0.05%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년부터 지역농협 보험사업도 방카슈랑스(은행에서도 보험판매 허용) 규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역농협 직원이 마을을 방문해 보험을 설명할 수 없고 사고가 나도 농가로부터 서류를 받아갈 수도 없다.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농촌의 작은 지점에서는 보험사업 담당자를 지정하기도 어렵고 담당직원이 업무교육이라도 가면 보험을 설명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농협의 보험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농업인의 보험서비스 수준도 많이 약화될 것이다.
 

농촌에는 민간보험시장이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지역농협의 보험사업은 단순히 금융사업의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은행의 시장지배력 관점에서 도입된 방카슈랑스 규제가 소규모 지역농협에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농협은행에 대해서는 적용하더라도 지역농협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말아야 하며 지역적 특수성과 농가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소규모 지역농협을 대형은행과 동일하게 취급해선 안 된다. 보험사업을 하면서 고령농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보험 유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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