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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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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10월 17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장)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 분야 지도자들이 모이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바이오·물리학 등의 경계를 없애고 상호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했다. 되짚어보면 1차 산업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한 기계화의 달성이었다. 수작업으로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우리의 삶은 가히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2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대량 생산체제를 만들어냈고,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기술과 정보기술을 이용해 생산체제를 자동화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이룰 것이라 예견된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의 자율주행, 3D프린팅과 사물인터넷(IoT) 등이 대표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사례들이다. 원거리의 무인 자동차를 자유로이 부를 수 있고, 집에 있는 냉장고나 청소기와도 실시간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돼 산업부문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유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소득 증가와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그 다른 편에서는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고용절벽의 전망과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 농업·농촌은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은 자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농업환경 전반을 바꿀 수 있다. 자연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맞춤형, 심지어는 개인 소비자 맞춤형의 적정 농산물을 생산할 수도 있어 보인다. 더욱이 유통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도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당연시되던 토지·노동·자본이라는 농업 생산성의 요소를 기술이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직업으로서의 농민을 농식품 소비를 디자인하는 기술경영인이 대체하게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어떤 대비가 필요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폭염·태풍 등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이었던 농업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고령화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의 소외된 이들에게 상용화할 수 있는 의료복지기술 등을 개발하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련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학습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한 기초연구 투자 및 인력양성 예산도 확대해야 할 것이고, 관련 정보를 구축하고 서비스하는 데 불필요한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혁명적 변화와 충격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전구가 발명된 뒤에도 양초가 사라지지 않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종이와 연필의 인기 또한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심지어 기능제품으로서의 양초·연필이 아닌 디자인과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고급스러운 물품으로 진화되는 중이다.

우리 농업·농촌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그로부터 소외됨 없이 편익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응하되, 단지 식량생산의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이나 장소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름다운 경관과 건강한 삶을 제공하는 새로운 일터이자 삶터로서 발전적 진화를 도모했으면 한다. 세상의 변화에는 준비에 따라서 늘 기회와 도전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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