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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경쟁 정착…지속적 소비확대 전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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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형진
축산신문 기고 | 2016년 10월 7일
김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청연구원)


‘치킨게임’ 자제…공급안정 자율적 노력
원산지 표시제 강화…품질·위생 향상
무관세 시대 수입공세 맞설 경쟁력 키워야

 
우리나라 육계 산업은 ‘계열화 사업’ 방식을 통해 꾸준히 성장했다. 육계는 사육기간이 짧고 자금회전이 빨라 계열화가 다른 축종에 비해 크게 진전됐다. 2015년 기준 계열화 사업자 수는 56개소이며, 계열화 비율(도계 기준)은 91.4%까지 진행됐다.

지금까지 육계산업은 계열화 사업과 더불어 양적인 면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왔다. 국내 육용 원종계(Grand Parental Stock, GPS) 수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1990년 8만3천수에서 2012년 23만9천수까지 증가했다. 원종계 수입 증가로 육용 종계(Parents Stock, PS) 입식 마릿수도 함께 증가했다. 1990년 350만 수에서 2010년에는 650만 수를 돌파하고, 2013∼15년 매년 700만 수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닭고기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국내 총 도계 마릿수는 1990년 1억4천754만 수에서 연평균 7.8% 증가해 2015년 9억6천696만수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 도계 마릿수는 2013년보다 11.9%, 2015년에는 2014년보다 9.2% 증가하여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농가수는 점진적으로 전업 또는 기업형태의 육계농장이 발달하면서 영세·소규모 농가의 탈농 현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형태다. 2016년 6월 기준 사육 농가수는 1천912농가로 전년 동기에 비해 9.8% 감소하였으며, 평균 사육 마릿수는 5만2천832수로 1.4% 증가했다.

육계 산업의 계열화가 진전됨에 따라 이들간 경쟁이 발생했고, 최근 대규모 사업자의 산업 진입으로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계열화사업자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무분별한 닭고기 증산을 시작했으며, 이는 치킨게임으로 치달아 닭고기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단기 대책들은 불발되거나 실효성이 미미해졌고, 중·장기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반면 국내 닭고기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 14만1천400여 톤이 수입됐으며 국내 닭고기 소비량의 21.9%를 차지했다. 수입 닭고기는 주로 냉동 부분육이며, 가공육도 일부 수입된다. 주요 수입국은 미국, 브라질, 덴마크 등이며 특히 태국에서는 가공육으로 수입되어 전체 수입육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한·EU FTA 발효로 20%였던 냉동 닭고기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되고 있다. 2016년 EU산 닭고기의 관세율은 8%, 미국산은 10%이며, 각각 2020년, 2021년에 완전 철폐된다. 미국 내 HPAI 발생으로 수입이 금지되었던 미국산 닭고기의 수입이 지난 7월 재개되었으며, 금년 내에 태국산 닭고기 수입이 12여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냉동 닭고기가 국내산 닭고기와 직접적인 대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량이 증가하면 국내 산지가격 하락은 자명한 사실이며, 그 피해는 가격하락에 그치지 않고 국내 육계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현재 육계 산업은 국내산 닭고기 공급과잉과 국내 닭고기 시장을 호시탐탐 넘보는 수입 닭고기로 안팎이 혼란스럽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濟家 治國平天下)’.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계열화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촉발된 닭고기 공급과잉 문제를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과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지속적인 닭고기 소비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다.

사실 사료곡물을 100% 수입하는 국내 생산환경에서 수입산 닭고기와의 가격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수입 닭고기와 맞서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찾는 국산 닭고기를 만들어야 한다.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하고, 국산 닭고기의 위생 및 품질 개선을 통해 국산 닭고기의 우위를 강조하여야 하며, 동시에 HPAI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한 국산 닭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여야 하겠다. 수년간 닭고기 생산환경 및 기술 변화는 생산성 향상에만 치우쳐 왔다. 이제는 소비자 니즈(needs)에 맞는 신제품 개발로 침체되어 있는 닭고기 시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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