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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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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마케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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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8월 31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


대통령의 손님 환대를 위한 식탁에 올랐던 송로버섯이 세간의 화제로 등장한 적이 있다. 송로버섯은 나무뿌리 주변 땅속에서 자라는데 찾기가 쉽지 않아 개나 돼지를 훈련시켜 찾아낸다. 그러한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보니 흙 속의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특히 검은색의 송로버섯은 프랑스산을 최고로 친다. 송로버섯 말고도 파리 양송이버섯, 게랑드 소금, 노르망디 버터, 망똥 레몬 등 프랑스에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농수산물이 꽤 많다. 공통점은 산지 이름이 앞에 붙는다는 점이다.

송로버섯의 산지 중 하나로 프랑스 중남부에 위치한 카오르(Cahors)라는 지역이 있다. 카오르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푸아그라·캐비아 가운데 송로버섯과 푸아그라를 생산하며, 검은 빛깔 와인 산지로서의 명성도 갖고 있다. 카오르는 푸아그라의 고장인 만큼 거위와 오리를 많이 키우는데, 기름진 거위와 오리 요리를 담백하게 먹기 위해 카오르산 검은색 송로버섯과 검은 빛깔 와인을 곁들인다. 그런데 카오르는 세계적인 장수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이유를 카오르에서는 카오르산 농산물과 와인이라고 마케팅한다. 지역 음식과 문화를 하나로 보아 중시하는 농업 선진국이자 미식의 나라답다.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그에 따른 식생활 양식의 변화는 전통적인 우리 농산물 소비를 침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먹는 밥의 양이 줄어드니 쌀 소비가 둔화됨은 물론이고 밥과 함께 먹는 부식류 소비도 동반 감소한다. 단조로운 먹거리가 다양화되면서 그저 우리 농산물이라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호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뚜렷이 나타나는 소비 특징은 젊음·건강·웰빙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산지 마케팅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충북 괴산·경북 문경 등도 장수의 고장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10만명당 42명, 34명꼴로 장수국가 프랑스의 10만명당 36명보다도 많거나 견줄 만하다. 그래서 중국의 국영 중앙방송인 CCTV 취재진이 장수의 고장 괴산의 먹거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취재해 갔다고 한다. 괴산은 고추와 옥수수 등이, 문경은 사과와 오미자가 특산물인 고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건강과 장수의 고장이라는 산지의 특징과 우리 농특산물을 연결지어 마케팅할 수는 없을까.

다만 일회성 마케팅뿐만 아니라 시장을 세분화해 실제 소비와 연결시키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특정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조직화를 통한 협력적 노력을 바탕으로 품질 고급화를 지향하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읽어냄으로써 끊임없이 품종과 모양·크기 다변화, 포장과 가공 등의 세련화 등을 함께 지향해야만 한다. 지자체는 농산물 산지로서 지역이 지닌 다양한 유산과 자원을 농산물과 연계시켜 확실한 마케팅의 소재로 엮어내고 시장을 공략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저변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린이 때부터의 직접적인 바른 먹거리 교육은 물론, 미술수업에 복숭아·살구 등과 같은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삼아 분홍·주황 등 색의 인지도를 가르치거나 다양한 산지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수업을 하는 것도 간접적이지만 효과가 큰 전략이다. 또한 국토부가 교사들에게 국토의 가치를 홍보하는 교육을 꾸준히 펼치고 있듯이, 농식품부가 우리 농식품 및 농촌의 가치를 교사·학부모·명사들에게 재교육하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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