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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대응으로 남은 반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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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7월 5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어느새 6월의 끝자락에 접어들었고, 2016년도 이제 반만 남았다. 여느 해처럼 올해도 매서운 한파를 겪고 난 후 따스한 봄날을 맞이했으며, 부지불식간 하지를 지나 본격적인 여름의 대열로 들어섰다. 소강상태인 장마는 조만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여기저기 시원한 빗줄기를 쏟아낼 것이다. 작렬하던 뙤약볕은 이내 사라져 온 천지가 울긋불긋한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며, 이후에는 또 다시 겨울을 맞닥뜨릴 거다. 그렇게 남은 반년도 언제나처럼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가리라.
 

어느새 병신년 전환점 도는 시기

농작물 또한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봄날의 정기를 받아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트렸다. 지금은 뜨거운 햇살과 세찬 빗줄기를 젖줄 삼아 무럭무럭 결실을 영글어 내고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지나온 계절과 함께 반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반년 동안 계절과 농작물은 전혀 다른 길을 걷을 수 있다. 계절이야 늘 그렇듯이 아무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겠지만, 농작물은 미리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나머지 반년 사이 풍파를 겪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월보에 의하면, 올해 사과의 생육상황은 기상여건 호조로 매우 양호하지만 착과수가 전년보다 5% 적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농가 입장에서는 내심 올 수확기 가격이 다소 오르지 않을까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던 전년 산 사과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햇사과(쓰가루)가 출하되는 시기의 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장사과 소진을 위한 다양한 소비촉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반면, 추석용 홍로의 착과수가 감소한데다, 올 추석이 전년보다 빨라 후지조숙계 등 타 품종의 추석시기 출하가 곤란하여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설 대목에 소비되는 후지의 착과 수는 6% 감소했고, 여기에 대과 비율도 낮아 질 경우 설 성수기 사과 가격이 예상외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가올 태풍과 병해충 등의 재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명절 수요에 대응하여 정부 계약물량도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수확 풍성해도 마냥 안심못해

올해 배 봉지 수는 착과수가 많아 전년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년에는 개화기 저온과 병 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배 농가가 침울한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힘든 고비를 잘 넘겼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자연재해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풍성한 수확이 이루어져도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소비 부진 영향으로 전년에 배 생산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가격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배 생산량이 늘어 가격은 또 떨어질까 걱정이다. 과도한 성장촉진제 사용을 자제하면서 품질 향상을 꾀해야 하며, 숫배 같은 기형과의 시장 출하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명절 성수기 배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책도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나쁘지 않은 기상 탓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고, 봄부터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토마토를 맛보고 있다. 그러나 토마토 농가는 풍성한 수확의 뒤편에서 긴 한숨을 내실 수밖에 없다. 다행히 6~8월 정식면적이 줄 것으로 예상되어 하반기에는 다소나마 가격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호조로 작황이 크게 좋아진다면 출하량은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로 출하분산 계획을 차근차근 수립하여 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출하분산 계획 차근차근 세워야

벌써 병신년(丙申年)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농촌에서는 계절의 흐름을 쫓아 분주히 지내왔고, 누구랄 거 없이 지금껏 열심히 달려왔으리라.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받았던 작목도 있었을 것이고,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힘들었던 작목도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년의 기간은 남아 있다.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희비의 정도만큼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농업인과 정부, 관계기관의 철저한 사전 대비로 농업인 모두가 평탄한 반년을 보내어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길 기대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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