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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은 농업에 충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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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머니투데이 기고 | 2016년 6월 30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최근 농업 관련 종사자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다. 이 법은 시행시기가 9월로 다가오면서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산업계는 물론 국회 상임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선물 수요의 감소가 1% 이하로 미미할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동법 시행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적발 비율, 청탁용 선물의 허용범위 등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인 영향에 집중하여 분석되었기 때문에, 법 시행 이후 선물 문화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소비 심리 위축(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은 고려되지 않아 파급영향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공공기관, 교직원, 언론인 등 공직관련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식대·선물·경조사비의 허용 상한액을 각각 3만·5만·1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청탁용 선물 수요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일반적인 목적의 선물 수요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공공 부문의 제도 변화는 일반 국민의 심리나 유통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은 추석, 설 등에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유통업체 조사에 의하면 품목별 판매액 중 선물 비중은 한우 21.1%, 인삼(가공품 포함) 56.6%, 사과 43.0%, 배 64.0%, 화훼 53.2%, 임산물 44.0% 등으로 추정된다. 이는 선물용도가 농산물 수요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나타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국민들의 선물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해 설문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으로 전국의 1,000가구를 지역, 소득, 공직관련 자 가구원 포함여부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조사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개별 가구에서는 선물 횟수가 24.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28.5% 감소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5만 원 이상의 선물에 대해서는 1년 내에 28.8%, 1년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32.3%가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저가 수입쇠고기와 수입과일이 기존 선물을 대신할 것이고, 국내산이라도 고급보다 중저급 농산물이 선물용으로 대체될 것이다.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과 거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조사 화환이나 선물용 화분도 마찬가지로 소비위축이 클 것이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화훼산업이 더욱 위축될까 걱정이다.
 

유통업체와 가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농업 생산 감소액을 추정하면 7,500 ~ 9,600억 원이 된다. 이는 주요 농산물 생산액의 8.4 ~ 1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가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가는데 있으므로 동 법 시행에 반대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동 법 시행으로 농수산업계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선물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화 전략을 취했던 농어민의 실망과 급격한 생산 조정의 어려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림돌은 한 번 놓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걸림돌이 아닌 제대로 된 디딤돌을 놓아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머니투데이 기고(2016.6.30.)를 일부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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