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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위한 기부활동’ 확산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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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6월 8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특정 지역의 발전을 위한 기부금을 납부하면 일정 한도 내에서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자신을 길러준 고향을 위해 기부하고 이에 대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방세법 등 일부개정법률’을 근거로 장려하는 제도이다.
 

더 나은 고등교육 기회와 직업 기회를 찾아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일어난 결과 그들의 고향인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됐다. 인구가 빠져나간 농촌에선 산업이 위축되고 주민세·법인세 등 세수도 줄어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이 상대적으로 낙후되면서 지역 활력이 저하됐다. 이를 해소할 대안의 하나로 등장한 고향납세제도는 개인별 기부금 액수는 정하지 않지만 공제 상한액을 두고 총소득의 30%까지 세금공제 대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공제된 세금이 기부자가 지정한 지역으로 흘러들어 감으로써 지역 발전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고향납세제도 운영 후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기부액은 정점을 찍었고, 행정 간소화 시행 후인 2015년에는 다시 늘어 5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부금은 납세자가 지정하는 지역의 교육·관광·스포츠·문화 진흥 등 다양한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쓰였다. 가령 교토부는 고향기부금 전액을 문화재 보호에 사용했고, 요사노정에서는 다양한 지역활성화 사업을 벌였다. 지자체별로 고향납세제도를 통해 조성한 기금 사용처를 사전에 공지하고 기부자는 자신이 기부하고자 하는 지역의 특정 사업 또는 사용처를 선택해 기부함으로써 자신의 기부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기부 동기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고향납세제도의 부작용도 없지 않다. 인구 규모가 큰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기부금 모집에 유리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거나, 지자체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부자에 대한 과도한 답례품 공세로 이어져 제도의 취지를 흐리게 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는 판단 아래 내년부터는 기업판 고향납세제도인 ‘지방창생응원세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기업 차원의 자발적 기부 참여를 확대해 도농상생 균형발전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대부분 기업이 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농촌의 유지·진흥을 위해 일정 부분의 기여를 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기업의 이미지 홍보에도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우리도 지난해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협의체 논의 결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10년간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각종 지역발전사업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아직까지 기업의 자발적 참여 기제는 충분치 않고 효과적인 사업 내용 및 기금 운영체계도 정립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기부를 통해 기업이 얻게 될 세제 혜택, 이미지 제고 등 편익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할 때 자발성이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큰 사업부터 욕심내지 말고 작더라도 가시적 성과가 뚜렷한 사업에서 출발해 점차 확대해나갈 때 지속적 기부활동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운영이 성과를 낸다면 국민 개인의 자발적 고향기부 활동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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