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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소비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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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6년 5월 31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2~3년간 일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낮은 상태다. 가격하락 현상은 어디서 올까? 생산 공급이 늘거나 소비가 줄면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생산 공급이 늘어났는가? 아니다. 가격이 하락한 많은 농산물의 국내 생산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답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과 수입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소비 위축 우려

경기가 침체되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되 불요불급한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 상례이다. 쌀에 대해서는 이미 주식으로서 절대소비를 줄이고 육식이나 건강식 등으로 소비를 다양화하고 있어 1인당 소비량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은 부식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그 중 비싼 부식이기 때문에 가급적 구매량을 줄이거나 더 싼 수입산으로 돌리게 된다. 후식용인 과일은 비싸면 아예 사지 않으려 한다.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셈이다. 채소는 기본 밑반찬용을 제외하고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 구매량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우려하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는 현명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농산물 소비위축과 가격하락을 경기침체에만 돌릴 것인가? 아니다. 부지불식간 또는 의도하건 말건 농산물 소비를 위축시키는 걸림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국민 먹거리인 농산물의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부의 의도된 목적이 아니라면 먹거리 소비위축을 초래하는 걸림돌들을 제거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 아니던가?
 

대형마트휴무제로 소비 증발

농산물 소비위축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걸림돌이 김영란법이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하고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시행령이 나와 9월 28일부터 실제 적용되어 3만원 넘는 식사대접, 5만원 넘는 선물과 10만원 넘는 경조사비 등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김영란법은 작년 초 이미 만들어지는 과정에 알게 모르게 소비에 영향을 주어 소비위축을 조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선물로 가장 많이 오가는 것이 한우와 돼지고기, 인삼, 특산물, 과일세트, 건강식품, 수산물로, 이는 그동안 후의에 대한 감사표시 또는 친분에 대한 표시로 명절을 기회삼아 선물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나치게 과한 선물을 제외하고는 뇌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현금이 아닌 소모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공직자, 교사, 언론인 등 웬만한 대상에게 명절 농산물 선물이 크게 줄어들 건 불 보듯 뻔하다. 이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주는 선물도 덩달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신에 저가 수입쇠고기와 수입과일이 선물을 대체할 것이고, 국내산이라도 고급보다 중저급 농산물이 선물용으로 대신할 것이다. 경조사에 경조사비가 아닌 화환, 화분도 마찬가지로 소비위축이 클 것이다. 그렇잖아도 찌그러지는 화훼산업이 뭉개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김영란법이 본격 적용되는 올 가을 추석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의 월2회 공휴일 휴무제도 농산물 소비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도 지난해 연구한 결과이다. 대형마트 휴무제는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만든 작품이다. 전통시장이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취지는 좋으나 제도 시행으로 반사적 손실을 보는 측면을 간과한 것이 크다. 신선도가 떨어져 하루 이틀 사이에 구매하는 농수산물 소비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일부는 전통시장에라도 가서 사겠지만 그보다 많은 소비층들은 대형마트를 고집하여 다른 날 사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한다. 소비증발이 그것이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생산자조직도 영향을 많이 받아 도매시장이나 다른 판로를 고민하고 있다. 수확시기를 놓치는 농민은 버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우리농산물 소비촉진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얘기도 많지만 걸림돌들을 근본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구호에 그치거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대의명분이나 정치적 목적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선의의 약자인 농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나아가 국내 농업 위축을 초래한다면 심각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과 경제 활성화에도 역주행하는 걸림돌을 한번 놓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법을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한 정치인들이 책임을 질 것인가?
 

약자인 농민 피해 외면 안될 말

그렇찮아도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농업부문이 극도로 소외된 느낌이 커 자괴감마저 들고 있는데, 새삼 농산물 소비위축을 초래할 걸림돌들을 생각하니 답답하고 깜깜하다. 농업계의 목소리는 어디서 메아리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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