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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 농업·농촌 가치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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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16년 5월 24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소비자가 달라졌어요' 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에전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에 기초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공급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지 가격이나 품질, 실용도 등 상품과 서비스 자체의 특성에 더해 지금의 소비자는 다른 무엇을 원한다. 그것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소비자가 인식하는 차별화된 '가치'와 색다른 '경험'이다. 즉 지극히 감성적 요인이 소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농업·농촌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획일화·표준화된 대량의 상품과 서비스는 아니지만, 기꺼이 소비할만한 가치와 감동을 주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그것을 제대로 알려 경험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우리 농업·농촌은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맛난 먹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농촌의 긍정적 어메니티가 결합된 관광휴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사한 품질의 농산물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며 유사한 농촌관광 서비스임에도 소비자의 선호도는 다르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20년 파커만년필 회사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붉은 색깔의 만년필을 만들어냈던 것이 성공적 감성경영의 출발이라고 한다. 지금에야 그다지 새롭다 여겨지지 않지만 같은 만년필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작은 변화의 시도가 당시에는 혁명이었다.

기업 브랜드 가치의 수위를 차지하는 코카콜라의 굴곡진 유리병 디자인은 수년간의 연구 끝에 어떤 브랜드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알자스의 와인루트는 포도밭의 아름다운 경관, 포도주의 높은 품질, 농가들의 섬세한 와인농장 체험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방문자를 감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1990년대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공동 투자해 문을 열었던 플래닛 헐리우드는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되는 음식맛의 중요성을 간과한 탓에 실패한 사례이다. 획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파트광고는 소비자 개개인의 감성 차이를 고려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사례로서 회자되곤 한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 확보가 기본이다.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공간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 기본이 있어야만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감성경영을 운운한다면 그야말로 본말전도라 할 수 있다.

둘째, 엄밀한 과학기술과 긍정적 마케팅의 결합이 필요하다. 게랑드 소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증멸할 수 있는 과학이 필요하고 노르망디 버터를 만들 수 있는 섬세한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올레길, 둘레길을 걸어보고 나비축제, 산천어축제를 가고 싶게 만드는 마케팅도 필요하다.

셋째, 여러 주체의 협력과 부문간 융·복합이 필요하다. 농가, 지자체, 중앙정부, 관련 R&D 기관 등의 협력과 기초과학부터 첨단기술, 디자인, 마케팅 등 연관 산업의 융·복합이야말로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많이 경험하게 하는 감성경영의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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