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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농촌 사회문제 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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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도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4월 19일
정 도 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알파고로부터 촉발된 인공지능에 관한 세간의 관심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한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 첨단기술이 가져올 농업의 발전상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영향력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에 농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촌 활성화와 관련하여,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는 최근 정책 동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저성장 환경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적 목표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과학기술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 기조가 출현하였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과학기술 부문의 시도를 장려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도 제고를 위한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과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혁신시스템 구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찍이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온 일본의 경우 사회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과학기술 정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여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로, 동 기관을 통해 고령화, 재난재해, 범죄안전, 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요 지향형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2007년 ‘기술기반 삶의 질 향상 종합대책’, 2013년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실천계획’이 수립되어, 기술 기반의 사회문제 대응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및 관련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시민연구사업,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 부처와 기술수요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다부처공동기획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자체적으로 도시문제 해결 및 시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보건·복지, 생활환경 부문의 사회문제나 환경·경관의 보전, 재난·재해와 관련한 이슈의 경우 농촌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사회문제로 심화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농촌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과학기술 기반의 접근은 사회문제의 확산에 대응하여 혁신적인 처방을 제공해줄 수 있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제 해결형 과학기술정책을 통해 다양한 농촌 사회문제 대응과 농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의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지원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U-Care 시스템 사업은 기술을 활용한 농촌 사회문제 대응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에서 농업이나 농촌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 부문의 혁신 주체들 또한 농촌 사회문제와 관련한 연구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사회문제로서 농촌문제에 대한 시급성 인식, 연구개발 효과성에 대한 판단, 농촌 관련 연구자 저변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경우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를 통해 질병, 환경, 이동권, 재난·재해, 공동체 등 삶의 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농촌문제와 관련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였다. 특히 사회문제의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여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고, 성과의 확산을 꾀한다. EU는 2006년부터 농촌 관련 다양한 혁신주체들이 참여하는 과학기술 기반의 농촌발전 프로젝트 ‘C@R(Collaboration at Rural)’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역농업의 혁신 및 농촌 맞춤형 공공서비스 개발과 전달체계의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들이 추진되었다. ‘리빙랩(living lab)’ 개념을 도입하여 실제 농촌지역 현장을 매개로 지역주민의 수요와 개발자의 의견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연구개발 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들 사례는 농촌 사회문제 대응을 위한 기술 기반 접근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실행 전략과 관련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농촌 주민이나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한 기술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과학기술정책에서 연구개발 대상 선정 기준이 기술의 진보에 있었다면, 사회문제 관련 연구개발에서는 사회적 수요가 선정의 기준이 된다. 농촌 활성화 및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하여 기술개발을 통해 개선 가능한 문제를 선정, 체계화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농촌문제와 관련한 지식 네트워크의 발전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농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 부문의 연구기관, 대학 등을 중심으로 지식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 중심의 혁신시스템 구축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활동은 기술 수요발굴에서 성과의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지역을 중심으로 수행된다. 따라서 인적 자본축적, 네트워크 활성화 등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과학기술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인간의 활용 여하에 따라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을 발견하는 유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의 시기를 과학기술의 따뜻한 활용을 통해 농촌 사회문제 해결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또 다른 전략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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