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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자리와 ‘농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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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3월 30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의 바둑 도전기가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인류의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이 5승을 자신했지만 결국 4패를 당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이 알파고는 무인자율자동차·보건서비스 등으로 확대 진화할 것이 알려지면서 미래에는 기술발전으로 일자리 환경의 대대적 재편이 일어날 것임을 전망케 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교수들이 ‘고용의 미래: 우리의 일자리는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20년 이내 현재 일자리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702개의 현재 직업군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사라질 직업 1위는 텔레마케터이고, 화물·운송 중개인, 시계 수선공, 보험 손해사정사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미래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 1위는 레크리에이션을 활용한 치유 전문가로 꼽혔다. 큐레이터나 디자이너 등 창의성과 감성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다고 분류됐다. 전통적인 의미의 산업으로서 농림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은 이 보고서에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19세기 산업혁명 때에도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러다이트운동(기계 파괴 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산업화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전통적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대폭 창출됐고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소득도 증가했다.

이제 더욱 발달된 신기술은 또다시 미래 일자리 재편을 예고하는 형국이다. 과거 산업혁명보다 혁명적인 점은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의력이나 분석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미래의 일자리 환경 변화 속에서 농민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이는 농업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바, 미래의 농업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가 관건이다. 토지와 자본· 노동력을 투입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전통적인 형태에만 머문다면, 인간보다는 신기술을 장착한 기계의 효율성이 높으므로 농민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기술을 접목해 토지 제약성을 극복하고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스마트농업, 예술과 감성을 결합한 경관농업, 오락과 치유 기능을 결합한 6차산업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나아간다면 오히려 농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보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백나무에서 꽃과 열매를 채취해 식용유와 화장품 원료로 공급함으로써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낸 제주도의 동백마을, 교육·체험과 관광·치유 기능을 접목해 축산업의 새 지평을 보여준 경기 이천의 돼지박물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생산성도 높이고 농민의 삶의 질도 제고하는 여러 스마트팜 등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 만들어낸 미래 농업의 좋은 모범이다.

혁명적 기술발전 시대를 맞이해 보다 적극적인 준비를 한다면 농민은 사라지는 일자리가 아니라 각광받는 일자리가 될 것이다. ICT를 이해하고 농업 환경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소비자의 감성과 욕구에 걸맞은 생산물과 결합 서비스의 공급으로 신시장을 만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씁쓸함도 있지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혁명적 과학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농민의 소득과 삶의 질도 높아지고 농업의 파생 일자리도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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