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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산물 확대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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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우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3월 23일
김 성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채소 가격이 올랐다. 배추·무·마늘·양파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작게는 전년 대비 30%, 크게는 2배 이상 오른 채소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많은 언론에서 채소류 가격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서민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양파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8.6%나 급등했고, 대파와 배추는 각각 83.3%, 65.5% 올랐다” 등 많은 언론에서는 채소 가격 상승에 대해 전년 대비 ‘폭등’ 혹은 ‘급등’으로 표현한다.

채소 가격은 기사 내용처럼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채소류 가격 폭등과 급등’의 표현은 자칫 뜻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고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올해 채소류 가격 상승과 관련된 비교 시점을 최근 5년 동안 가격이 가장 낮은 전년과 비교하고 있다. 배추의 경우 올해 1~2월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6740원으로 전년 이맘때인 3300원보다는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평년(5개년 중 최대·최소를 뺀 평균 값)의 5620원보다는 20%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기상이 좋아 배추 작황 호조로 수확량이 많았던데다 메르스 등으로 소비도 위축됐던 해이다. 따라서 가격이 크게 낮았던 지난해와 단순 비교해 폭등과 급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른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채소류 가격이 생활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2015년 생활물가지수(100 기준)에서 배추가 차지하는 비중은 0.17, 김치는 0.07로 커피 0.23, 국산 담배 0.48, 수입 담배 0.29, 스마트폰 이용료 3.39 등 다른 일반 품목보다 현저히 낮다.

셋째, 채소류 수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채소 가격이 높을 때마다 정부는 해외 수입으로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는 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생긴 물가 상승이 민생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도돼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추의 경우 최소 2개월에서 최대 3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작형이 시작되기 때문에 2~3개월 후에는 가격이 낮은 배추를 더 신선하게 구입할 수 있다.

넷째, 국내산 농산물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1년 건고추의 경우 수확기 기상 악화로 예년보다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그 후에 정부에서는 가격을 낮추고자 무리하게 질 낮은 건고추를 대량 수입했다. 그 이전까지 건고추 국내산 자급률이 70% 수준을 유지했으나 그해부터 건고추 자급률은 50%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국내산 농산물 시장이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배추와 양파 등 필수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해 외국산으로 대체되면, 이는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수입 농산물의 소비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 안정은 정부의 오래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산지에서의 생산자 조직화, 계약재배 확대, 도매시장에서의 정가·수의매매 확대, 직거래 등 건전한 유통경로 경쟁, 농업관측 고도화 등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상 상황에 따른 수확량 감소로 일시적 가격 상승은 때때로 있을 수 있다. 이는 국산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국산 농산물 선택권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과 유통인 등 농업 관련 종사자도 서민이고 소비자이다. 더 신선하고 더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려면 국산 농산물 시장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산 농산물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다음 작기까지 소비를 줄이고 조금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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