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중국의 신젠타 인수, 부럽고도 두렵다
5033
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3월 18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토면적 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국가브랜드 가치 세계 2위,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세계 1위, 전 세계 무역점유율 1위, 인구수 세계 1위…. 그렇다, 바로 중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이미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 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농식품 부문에서도 빼놓고 논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국가가 되었다. 중국은 우리 농식품의 제1위 수입국일 뿐만 아니라 제2위의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단번에 세계 2위 종자 강국 부상

이처럼 중국이 농·식품 교역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는 대중국 수출확대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GSP(Golden Seed Project)사업, 이른바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여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GSP사업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우량종자의 수출대상국은 상당부분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2위의 종자시장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은 육종기술이 뒤쳐져 있어 좋은 품종의 종자를 개발한다면 대중국 수출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로 인해 GSP사업에서는 중국 수출용 우량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향후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지난 2월 중국은 글로벌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합병하였다. 신젠타는 종자 매출액이 2014년 32억 달러로 몬산토, 듀퐁 파이오니어에 이어 세계 3위의 글로벌 종자회사이며, 2009~2014년간 13건이나 인수·합병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굴지의 글로벌 종자기업을 국유기업인 중국화공(ChemChina)이 52조원(4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단번에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종자시장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종자를 많이 생산·판매하는 종자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로써는 중국의 신젠타 인수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채소종자 수출 확대 걸림돌


물론, 신젠타는 채소종자보다 곡물종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당장 중국의 채소종자시장에 큰 변화는 발생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중국은 신제타 인수를 통해 현재 30%에 불과한 자국 종자산업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2020년까지 60%로 높이겠다고 한다. 향후 신젠타가 보유한 세계적인 기술을 접목하여 채소종자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국 채소종자 수출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주요 종자 수출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신젠타 인수가 자못 두려운 이유이다.

이번 중국의 신젠타 인수·합병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에 따라 중국의 농업 생산성 강화를 강조한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유전자조작(GM) 작물 생산에도 관심이 많은 중국이 신젠타의 GM 기술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세계 농업시장을 두고 몬산토와 같은 미국 종자기업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이 전 세계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국내 미칠 영향 면밀히 분석해야

지난날 우리는 IMF라는 국가경제 위기의 명목 하에서 신젠타가 인수한 노바티스에 국내 최대의 종자기업이었던 서울종묘가 합병되었고, 중앙종묘와 흥농종묘는 몬산토가 인수한 세미니스에 합병됨으로써 종자주권을 상실했던 아픔을 겪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자주권의 중요성을 각인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GSP사업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종자회사의 매각과 인수는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의 아픔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기업 간 인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쯤이면 우리도 국내 업체 간이 아닌 중국처럼 해외 종자회사를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될까. 중국 신젠타 인수·합병이 일면 두렵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작금의 상황이 국내 종자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모니터링함으로써 피해는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