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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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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2월 19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만간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이다. 절기상 우수에는 날씨가 풀린다고 하여 예로부터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이제 곧 봄을 맞이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거웠던 겨울옷을 정리하고, 산뜻한 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할 것이다. 농촌에도 겨우내 묵혀두었던 논밭을 정비하고 농기계도 손보면서 올 한해 농사일이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순풍에 돛단 듯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며 바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기후변화 가속화 ‘농업인 애간장’

그런데 날씨가 절기와는 달리 변덕스럽다. 한 겨울이었던 지난 12월에는 연일 비가 계속되었고, 올 1월에는 한파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었다. 우수를 앞둔 최근에는 많은 비가 내린 후 반짝 추위가 찾아왔고, 지역에 따라서는 대설주의보까지 발령되었다. 물론, 꽃샘추위는 어느 해에도 있었기에 별다르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보이는 기상의 변화는 유난히 매서워 농작물 생산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개화기 때 저온피해로 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였고, 고온과 지속된 가뭄으로 과실 비대에 일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작년 12월의 잦은 비로 감귤 수확이 여의치 못해 부패과가 증가하였고, 저장성이 떨어져 지금도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속된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져 오이와 풋고추가 제대로 크지 못해 시장 가격은 급등한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파특보가 길어지면서 혹시 과수의 동해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해야만 했다. 최근의 반짝 추위로 인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딸기와 출하 준비 중인 참외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신품종 개발·재해 대응 적극 모색

기상이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후변화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태풍, 폭우, 한파, 가뭄 등 거대한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못해 농업인들의 애간장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자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연 재해에 대한 철저한 사전 관리와 기후변화 적응 및 사후 대책이 마련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 않을까.

지난 2~3년간 다행히 큰 태풍의 직접적 영향이 없었기에 2012년 볼라벤 때와 같은 과실의 낙과 피해는 겪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도 태풍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리란 보장은 없다. 이 때문에 태풍과 이와 동반된 호우 예보 시에는 주변 배수로 정비는 물론, 과수마다 튼튼한 지주를 세우거나 숙기가 거의 된 과실은 앞당겨 수확하는 등의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관수 시설을 미리 확보하여 지난해와 같은 장기 가뭄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적합한 신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자연재해의 사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농업부문의 재해보험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변화하는 이상기후에 적합한 보험을 새로 도입하는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사후 대책도 정비되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때때로 시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에 순종하는 나약함이 아닌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이는 자연이 주는 또 다른 의미의 교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철저한 사전 관리와 사후 조치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그저 자연 앞에 무기력함만 남을 뿐이다.

본격 영농활동 전 꼼꼼히 대비를

올해는 슈퍼엘니뇨 등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기상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격적인 영농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농작물의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관련 교육의 확대는 물론, 농가가 재해보험에 적극 가입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금년만큼은 철저한 사전·사후 대책 마련을 통해 농업부문이 자연재해의 파고를 뛰어 넘고, 인재로 피해가 커졌다는 오명이 남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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