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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상생기금, 어디에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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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2월 17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향후 10년간 농어촌상생기금으로 1조 원이 모아진다. 상생기금은 1조 원이라는 총액이 갖는 심리적 규모와는 달리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에 걸처 조성될 예정이다. 기금의 모집 및 사용 방법 등에 따라 실제 사용 액수가 차이가 나겠지만 농림수산식품부의 한해 예산인 15조 원에 비교하면 그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

액수가 크던 작던 농어촌 상생 기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농어촌상생기금에 대해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농업지원자금을 마련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FTA로 농업이 얼마나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지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농업계가 또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기금을 출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농어촌상생기금으로 대체하고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 등만을 챙기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하면 농어촌 상생기금은 잡다한 기업의 농촌 봉사 활동 목록으로만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농어촌 상생기금은 보다 분명한 사용처를 정할 필요가 있다. 

상생 기금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상생기금의 출발점에서부터 보인 농업계와 산업계와 입장 차이, 기금의 조달 방법, 기금의 관리 주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용처에 대해서 불확실한 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조성되는 상생 기금의 용도로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나 농촌 활성화와 같이 명분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포괄하는 범위가 넓고 그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은 적당치 않아 보인다. 그 보다는 그 용도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분야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작년 국회에서 정한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 의료 및 문화 지원, 주거생활 개선 사업 등은 상생기금의 용도로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필자는 농어촌상생기금으로 깨끗한 농촌 가꾸기 사업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질서가 잘 잡힌 깨끗한 나라라고 평가한다. 특히 서울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나라의 속살이라 할 수 있는 농촌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 한참이나 뒤쳐져 있다.  언뜻 보아서는 깨끗해 보이는 농촌도 한 걸음 다가가서 찬찬히 살펴보면 다른 모습이다. 농촌에는 매년 약 700만 개 이상의 농약병, 20만 톤의 이상의 영농 비닐이 투하되고  있지만 그 수거율은 높지 않다. 농촌에는 각종 농기계가 증가하고, 농업용 시설 등이 새로 생긴다. 도로의 발달로 농촌에는 외지인인 갖다 버린 물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일들이 한 두 해도 아니고 근 4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농촌에 들어오는 물질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농촌의 쾌적성은 매년 뒷걸음 치고 있다. 도시와 같은 편리함도 제대로 못 누리면서 농촌이 가지고 있는 쾌적함마저도 점차 훼손되어 가는 것이 오늘의 농촌 현실이다. 

농촌을 깨끗하게 가꾸는 것은 예산으로 일을 하는 행정의 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이는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고령화와 개인화된 삶의 방식에 익숙한 지금의 농촌주민에게 이를 강제하기란 어렵다. 농촌 주민들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인 보상과 함께, 그 행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일종의 캠페인성 사업으로 이를 농어촌상생기금으로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목적과 결과가 분명하다. 또한 국민 모두의 공유 재산인 농촌을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과 기업인 그리고 도시민이 함께 가꾼다는 면에서 상생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 깨끗한 농촌에서 생산되는 좋은 농산물을 전 국민이 먹을 수 있고 전 국민이 쾌적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높은 차원의 상생이다. 더 나아가서 이는 현세대와 후세대와의 상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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