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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이 쌀 값에 초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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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중앙일보 기고 | 2015년 11월 13일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쌀 생산량 증가로 쌀 값이 하락한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벼 생육 조건이 좋아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생산량이 늘어났으니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의무수입쌀 방출이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올해 의무수입쌀 방출량은 5만8808t으로 지난해에 비해 33%나 줄었으므로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올해의 쌀 가격 하락은 풍년의 그늘이다.
 

정부는 쌀 시장 안정을 위해 20만t을 격리하기로 했으나 격리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는 등 쌀 시장은 어지럽다. 이 와중에 쌀 가격에 개의치 않는 농업인도 적지 않다. 쌀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직불금으로 보전해 주므로 농가소득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농업인이 쌀 농사에 종사하는 점 등을 감안해 2005년부터 쌀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쌀 직불제는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과 목표가격 차이의 85%를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적게는 6000여억원, 많게는 1조5000여억원을 쌀 직불금으로 농가에 지급했다.
 

올해 수확기 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7% 정도 하락한 80kg당 15만5000원이 된다고 해도 생산비 약 11만원보다는 높다. 농업인이 받는 직불금을 포함한 금액은 18만3000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비보다 높은 시장가격에다가 정부의 쌀 직불금이 더해지므로 쌀 농업의 수익성은 높은 편이다. 정부는 올해 1조4000억원 정도를 직불금으로 지급할 전망이다. 쌀 가격이 떨어져도 동요하지 않은 농업인이 많은 이유다.
 

농가경영이 안정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으므로 정부가 추가로 시장에 개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생산량이 예상보다 많아지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가격도 필요 이상으로 하락할 수 있다. 불안감으로 인한 가격 하락 때문에 쌀 직불금 재정도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정 물량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반복해 왔다. 시장격리 조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부의 시장개입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심하게는 수요량을 초과하는 모든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되면 농업인은 시장수요와 관계없이 생산하고 정부는 잉여 물량을 모두 떠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시장격리 물량을 일정기간 보관 후에 가공용 등으로 저렴하게 방출해 왔다. 시장격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으며 이는 모두 납세자의 몫이다. 시장격리 물량은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어야 한다.
 

또 정부가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격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시장참여자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시장격리 정도에 따라 쌀 가격이 영향받기 때문이다. 생산 과잉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격리 물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방식이 체계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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