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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감한 벌채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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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구자춘
농민신문 기고 | 2015년 9월 4일
구 자 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는 목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당장 옆에도 목재로 만든 많은 제품이 있지 않은가? 앉아 있는 책상, 바닥에 깔린 마루, 쓰고 있는 종이 등은 모두 목재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최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나무를 가까이 두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목조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욕조·베개·장난감 같이 직접 살이 닿는 물건의 재료에도 나무가 많이 쓰이고 있다.
 

목재가 나오는 곳은 산이다. 우리는 훌륭한 목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산 목재의 공급은 원활하지 못하다. 우리 국민이 쓰는 나무 제품 중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펄프와 같은 저급재로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용 가구를 만드는 우리나라 업체가 나무는 독일에서 얻고, 가공은 중국에서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우리 산에서 생산된 목재가 좀 더 고급스럽게, 더 많이 이용되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그 시작은 과감한 벌채에 있다.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나무도 유년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가 있다. 쇠퇴기에 이른 나무는 병충해에 약해지고, 탄소 흡수량도 떨어진다. 선배 임업인들은 나무의 생활 주기를 고려해 나무를 베는 시기를 정했다. 생산에 드는 비용과 목재를 팔았을 때 얻는 수익을 두루 고려해 벌채 시기를 정한 것이다. 정부는 산림 보호를 이유로 법으로 벌기령(나무를 벌채할 수 있는 수령)을 정했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50년, 낙엽송은 40년으로 정하고, 그전에는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산림녹화에 온 국민이 열을 올렸던 1960~1970년대에 심은 나무의 나이는 어느덧 40~50령이 되었다. 벌채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더욱이 작년에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적게는 10년, 많게는 25년까지 벌기령이 단축되면서 벌채가 가능한 산림의 면적이 크게 늘었다.
 

벌기령에 도달한 나무는 벌채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모든 숲을 손대자는 것은 아니다. 산림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 목재생산기능이 우선시되는 산림에 한해 벌채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은 2014년 11월, 전국의 산림을 6개 기능으로 구분해 고시한 바 있다. ▲자연환경보전림 ▲산림재해방지림 ▲수원함양림 ▲생활환경보전림 ▲산림휴양림 ▲목재생산림이 그것이다. 산림청이 고시한 목재생산림의 면적은 약 211만㏊로, 전체 산림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벌채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 대상지 내 나무를 한꺼번에 베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벌채 허가면적에서 주벌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다. 주벌 비율을 높여야 제재목(베어낸 나무로 용도에 따라 만든 각재나 판재 따위의 재목)으로 쓸 만큼 좋은 나무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원목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 제재업 분야에 원활한 원자재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벌 비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우리 국민이 벌채에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도로변에 훌러덩 까진 벌채지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런데도 목재생산림에 대한 과감한 벌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산도 살고 목재 생산과 가공을 업으로 하는 임업인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벌채 후에는 생장이 빠르고 기후변화에 적합한 양질의 나무를 새로 심을 수 있으며, 또 벌채하고 제재하는 임업인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도 우리 산에서 난 목제품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게 되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지속가능한 국산 목재 활용의 시작, 그 해답은 과감한 벌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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