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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배추 기술 세계적 수준, 전문인력 육성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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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경제 기고 | 2015년 8월 28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종자의 생산·보급 체계는 품목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국민의 먹을거리와 직결되는 5대 식량작물(벼, 보리, 콩, 옥수수, 감자)의 경우 정부가 종자를 생산·보급하는 ‘완전 관(官) 주도형’이다. 기타 식량작물, 특용작물, 전매작물, 과수, 화훼 종자는 민간과 정부가 육종이나 생산, 보급의 주체가 되는 ‘관민(官民) 혼합 주도형’ 품목이다.
 

반면 채소종자는 모두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완전 민간주도형’으로 우리가 흔히 종자회사라 부르는 업체들은 대부분 채소종자를 생산해 보급하는 회사다.
 

과거 국내엔 서울종묘, 중앙종묘, 흥농종묘로 대표되는 굴지의 채소종자 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들 회사는 대부분 글로벌 종자회사에 인수합병(M&A)됐다. 몬산토, 신젠타 등이 국내 종자회사들을 사들였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종자주권 침해와 유전자원 유출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구조조정으로 육종 전문가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종자기업 중 농우바이오(옛 농우종묘)만이 글로벌 회사에 인수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최근엔 농우바이오를 비롯 동부팜한농, 코레곤, 아시아종묘 등이 채소종자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최대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는 지난해 농협경제지주에 인수됐다. 2위인 동부팜한농은 지난 7월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등 또다시 종자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현재 국립종자원에 등록돼 있는 종자업체는 1368개이며, 이 중 채소는 16.6%인 227곳이다. 농우바이오 등 상위 5대 회사가 국내 채소종자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220여개 업체의 상당수는 개별 육종업체로 규모가 매우 영세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상업용 채소종자의 국내시장 규모는 지난 10여년 동안 1600억~1800억원으로 정체돼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2100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다. 글로벌 품목인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 종자 등의 생산 비중이 낮고, 글로벌 채소의 육종기술과 유전자원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국내 채소종자회사 규모도 영세한 곳이 많아 육종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추나 배추, 무 종자의 육종기술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국제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정부도 종자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판단해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우수한 신품종이 등장하면서 농가들이 내야 할 로열티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수출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 4%에 불과하던 딸기 국내 품종이 딸기시험장에서 육종한 매향, 설향 등으로 인해 현재 80% 이상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로 인해 농가의 로열티 부담이 줄어든 것은 물론, 2005년 440만달러에 불과하던 신선 딸기 수출도 지난해 334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국의 종자산업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금값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겠다는 ‘골든시즈(golden seed) 프로젝트’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10년간 4911억원이 투자된다. 국내 종자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힘겹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개척이 가능한 20개 이상의 전략적 종자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정부가 목표로 한 종자 수출 2억달러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종자산업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인식될 수만 있다면 한국형 수출주도형 종자회사는 충분히 탄생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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