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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깨끗해야 귀농·귀촌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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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 2015년 8월 21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이 상징하듯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 구조는 농촌에서 도시 혹은 지방에서 서울로의 인구 이동에 기반하고 있다. 70여년 동안 이어진 이촌향도(離村向都·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함) 현상으로 수도권은 전 국민의 50%가량이 몰려 사는 거대 도시로 성장한 반면, 농촌은 과소화와 고령화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최근 도시와 농촌, 서울과 지방 사이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전입·전출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동지역에서 읍·면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이 읍·면지역에서 동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을 앞지르고 있다. 2013년부터는 전형적인 농촌인 군의 면단위 지역조차 도시로의 전출인구보다 도시에서의 전입인구가 많다. 일부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역도시화라고 말하기에는 빠를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와는 반대의 인구이동 현상이 분명 발생하고 있다.
 

도시민의 농촌 지향은 귀농·귀촌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014년 귀농·귀촌자 수는 4만4682가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군지역에서 전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수도권 도시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의 귀농·귀촌에 기인한 바가 크다.
 

많은 사람들은 귀농·귀촌이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나타내 준다고 말한다.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농촌에 모여 사는 것 자체만으로 농촌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귀농·귀촌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다른 모습의 농촌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농촌이 좀 더 깨끗하고 생활이 편리한 곳으로 바뀌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른바 농촌의 쾌적성(어메니티·amenity)을 높이는 것이다. 영국 국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 나라의 전원 풍경이라고 한다. 영국만이 아니라 잘사는 나라치고 농촌이 아름답지 않는 나라가 없다.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농촌이 국민소득의 원천이 되는 나라도 있다.
 

쾌적한 농촌은 환경자원만이 아니고 경제자원이기고 하다.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도 따지고 보면 쾌적한 농촌에 기초한다. 쾌적한 농촌은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의 쾌적성 유지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정책 우선순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는 먹고 사는 눈앞의 일에 분주해서 농촌의 쾌적성이라는 보다 기본적인 문제를 돌볼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농림축산 부분 예산에서 농촌의 쾌적성을 위해 쓰여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부처에서 쾌적한 국토 가꾸기에 많은 돈을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공공 주도 사업이 농촌의 쾌적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농촌의 쾌적성은 돈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을 깨끗이 하고자 하는 마을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고령화되고 외부 지원에 익숙한 농촌 주민 스스로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농촌 마을을 농촌 자원에 대한 보전관리 활동의 주체로서 활용하고, 마을단위로 농촌 자연환경의 보전·관리를 행할 경우 거기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농촌경관관리 직불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공공 지원금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공공에서 민간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공공 행정의 기본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농업·농촌 분야에서 농촌의 쾌적성을 높이는 일보다 더 공공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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