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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증가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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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머니투데이 기고 |  2015년 7월 1일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4년 귀농·귀촌 인구는 4만468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에 비해 1만2258가구가 증가한 수치다. 인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귀농·귀촌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귀농·귀촌은 한국전쟁 이후 근 60년간 계속되어온 이촌향도(離村向都) 인구이동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전입·전출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는 전형적인 농촌인 군의 면부에서도 도시로의 전출인구 보다 도시에서의 전입인구가 많다. 영국 프랑스와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도시민의 농촌 이주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우리나라에서도 귀농·귀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전원생활과 농업에 대한 관심, 퇴직후 노후 대책,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 때문에 귀농 귀촌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파고 들면 귀농·귀촌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제 현상과 관련이 높다.

1998년 IMF 경제위기시 경제성장률이 -6.9%로 곤두박질쳤을 때 귀농자수는 일시적으로 전년대비 3.5배가 늘어난 6000가구를 넘어섰다. 경제상황이 안정됨에 따라 귀농·귀촌자수는 줄어 2002년에는 769명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4%대 이하로 하락하는 2010년대 이후 귀농·귀촌 인구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베이비 부머가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2012에는 귀농·귀촌자가 2만 가구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조기 은퇴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4050세대가 귀농·귀촌에 가세하고 있다. 2014년에는 청년 실업 당사자인 30대 이하의 귀농 귀촌 현상이 두드러졌다. 개인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귀농·귀촌의 가장 큰 요인은 도시에서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해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것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귀농·귀촌자를 받아들이는 농촌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귀농·귀촌인구의 증가는 농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귀농인에게 인기 있는 과수원의 평당 가격이 근 3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 마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평균 1억원 이상을 귀농 귀촌 초기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귀농·귀촌 비용 상승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열악한 젊은 귀농·귀촌자의 정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귀농 귀촌후의 생활도 그리 녹록치 않다. FTA 등으로 우리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농업에만 의지하는 귀농 귀촌 가구의 가계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귀농자가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한정된 농업자원을 둘러싸고 귀농자와 기존 농가, 귀농자와 귀농자 사이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를 볼 때 귀농·귀촌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 만큼 귀농 귀촌 정책은 실질적이고 섬세해야 한다. 무조건 귀농 귀촌을 촉진하고 보자는 정책과 농업창업지원, 농업기술 교육, 귀농인 실습 지원과 같은 농업 중심의 지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대별로 귀농·귀촌자의 정착을 유도하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청·장년층 귀농·귀촌자가 농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 노력이 요구된다. 귀촌인을 위해 농촌에서 농업외의 일자리 창출, 빈집 활용을 포함한 주거지 마련, 복수 거주를 가능케 하는 제도 개선 등도 마련되어야 한다. 쓰레기 처리, 기존 주민과의 갈등 등과 같이 사소해 보이지만 귀농 귀촌자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섬세한 대응도 필요하다.

귀농·귀촌은 저성장시대의 우리 경제의 출구 전략으로 역할 할 수 있다. 귀농·귀촌자들이 농촌에서 연출하는 다양한 경제 활동은 농촌의 내발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 위기에 약한 도시민의 출구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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